인천국제공항이 중국산 마약 밀반입 루트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을 오가며 무역상을 가장한 마약밀매자들은 인천공항이 여행자 휴대품 검사를 간소화한 점을 악용하고 있다.
 #마약류 밀반입 경향
 1960년대부터 80년대 중반까지는 국내에서 제조한 필로폰 등 마약류가 일본 등지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정부가 마약류 단속을 강화하면서 일부 제조자들이 중국으로 달아나 현지에서 필로폰을 제조한 뒤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밀수출하고 있다.
 중국에서 제조된 필로폰의 경우 1㎏(필로폰 1㎏은 시가 약 30억원으로 3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의 제조원가는 800여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중간 도매업자는 3천만원, 운반책은 1천50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는 게 수사 당국의 얘기.
 수사 관계자들은 “중국인이 주로 소비하는 마약은 아편·헤로인으로 필로폰에 대한 단속이 상대적으로 소홀하고 값도 싸다”며 “이 때문에 최근엔 필로폰의 밀반입이 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밀반입 수법
 과거에는 주로 몸에 은닉하는 수법을 썼으나 최근에는 다른 물건으로 위장하거나 특송화물을 통해 밀수입하고 있다. 몸속에 숨기는 경우 복대나 운동화 밑창에 넣는 수법, 콘돔을 이용해 팬티속에 넣는 방법이 주류를 이루며 특송화물을 이용할 경우엔 샴푸통 속, 완구 속, 책 속에 숨겨 들여온다.
 최근엔 마약탐지견이나 이온 스캐너에 검색되지 않도록 용액상태의 필로폰을 참기름 통에 넣는 수법도 쓰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경찰에 붙들린 은모(33)씨의 경우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조선족한테 액체 필로폰 2.2㎏을 병에 담아 접착제로 밀봉하고 병의 겉면에 참기름을 발라 밀반입하려다 적발됐다. 이밖에 DVD 플레이어 속이나 비디오 테이프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점
 인천공항을 통한 마약류 밀반입이 늘어나는 이유는 여행자들의 휴대품 검색이 간소해졌기 때문이다. 마약 밀반입자들은 이런 점을 악용해 의심을 덜 받는 유학생, 무역상, 관광객들에게 돈을 주거나 무역상을 가장해 마약류를 들여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중국을 오가는 무역상으로 가장, 인천공항을 통해 세차례에 걸쳐 필로폰 3.1㎏을 밀반입하려다 경찰에 붙잡힌 이모(42)씨는 당시 인천공항에서 입국자 휴대품은 X선 검색을 하지 않는 점을 이용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씨는 필로폰 1.12㎏을 손가방에 넣어 다른 사람에게 들여오는 수법으로 세차례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6월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산 필로폰 1㎏을 몸속에 숨겨 들여왔다가 인천지검에 검거된 김모(34)씨 등 2명은 네차례나 같은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5월에도 전모(36)씨 등 2명이 중국에서 필로폰 1.1㎏을 구입, 중국인 운반책을 시켜 여행용 가방속에 감춰 인천공항을 통해 밀반입한 뒤 시중에 유통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실적
 인천공항 개항이후 지난해 말까지 적발한 실적은 모두 33건으로 지난 2000년(김포공항 시절) 단속 건수(91건)에 비해선 63% 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필로폰(반제품 포함) 양은 11㎏으로 2000년 4.3㎏에 비해 3배 정도 늘었으며 헤로인도 2.5㎏을 적발해 마약류 밀반입이 대형화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대마초 2천100g, 향정제제약품(속칭 살 빼는 약으로 불리는 펜플루라민, 디아제팜 등의 정제 알약) 3만1천정 등을 적발했다. 나라별로는 중국이 전체 적발량의 73.6%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가나 19.2%, 캄보디아 3.7%, 필리핀 0.5% 순으로 나타났다.
 #대책
 마약밀반입을 차단하기 위해선 우범자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수적이다. 공항에서 마약탐지견이나 이온스캐너를 이용해 하는 단속엔 한계가 있기 때문. 따라서 검찰, 국가정보원, 세계관세기구, 미 마약청 등 국내외 마약류 단속 유관기관의 정보교환체제를 갖춰 국제적인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관계자들은 “여행자정보 사전분석시스템(APIS)을 통한 밀수우범자선별 등 감시대상자 추적업무도 지금보다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항세관은 이에 따라 마약류 밀수단속 전담과인 '마약조사과'를 신설하고 마약조사요원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입국장에 기존의 순회요원 80명 이외에 사복을 입고 활동하는 마약전담 순회요원 24명을 추가 배치함으로써 마약류 밀수 우범여행자에 대한 감시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