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수술 이후 첫 주식 거래일인 12일 장에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가는 재벌 총수의 '건강 리스크'가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은 모습으로 움직였다.
12일 오후 2시 현재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3.9% 상승했고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주가도 각각 3.61%, 3.19% 올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오전 한 때 상승폭을 키웠지만 보합세를 기록중이다.
반면 이날 삼성SDI, 삼성증권, 삼성전기 등 다른 계열사는 2~3% 이상 떨어졌다.
이건희 회장이 건강 문제로 입원했던 과거 사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8년 1월 초 그가 입원했을 때 삼성전자 주가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삼성물산은 2.63% 떨어졌다. 2009년 3월 입원 소식이 알려졌을 때는 이튿날 삼성전자 주가는 소폭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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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회장 '건강 리스크' 삼성 주가는… 이재용 부회장 등 승계 속도내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응급시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지 하루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위로 구름이 끼어 있다./연합뉴스 |
결과적으로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가 삼성그룹 주가에 직접 미치는 영향력은 일관된 방향성이 일단 없는 셈이다.
이는 생전에 건강 악화설을 달고 살았던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의 경우와는 다른 흐름이다. 잡스의 건강 악화는 단기적으로 애플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2008년 6월 건강 악화설에 대해 스티브 잡스가 해명을 했음에도 애플의 주가는크게 떨어졌고 2011년 1월 스티브 잡스가 병가를 내자 이튿날 애플은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그해 8월 건강이 악화해 결국 스티브 잡스가 최고경영자(CEO)를 사임하자 애플의 주가는 5%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 외에도 국내 재벌 총수의 '건강 이상설'은 해당 기업의 주가에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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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회장 '건강 리스크' 삼성 주가는… 이재용 부회장 등 승계 속도내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응급시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지 하루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10년 7월 효성 조석래 회장이 건강 이상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을 전격 사임했을 때도 이튿날 효성의 주가는 2.76% 상승했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설은 삼성그룹 전체의 위기라기보다 이재용 부회장 등 자녀의 그룹 승계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신호탄으로 해석돼 이에 따른 이해관계에 주가의 '희비'가 갈린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이경민 연구위원은 "이건희 회장의 건강 문제는 그룹 지배구조의 개편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예상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이건희 회장 일가가 그룹의 지배구도를 확고히 하리라는 전망에 따라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이 강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