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심장 수술 소식에도 삼성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주가는 오히려 강세다.

본격화한 삼성그룹의 사업재편, 삼성SDS 상장에 더해 이건희 회장의 건강리스크까지 불거짐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 등 자녀들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계열사들의 주가는 더욱 요동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중심축을 담당하는 주력 계열사들의 주가는 대체로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2시 35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4.34% 오른 139만3천원을 나타냈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도 각각 3.51%, 2.86% 올랐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이 큰 축을 형성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거론된 것은 지난해 제일모직을 필두로한 그룹 사업재편 작업이 본격화한 이후부터였다. 

제일모직은 패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기는 대신 삼성에버랜드는 건물관리업을 떼어내 삼성에스원에 양도하고 급식업을 분리했다. 

지난 3월 제일모직과 삼성SDI 합병으로 사업 재편 작업은 다시 불이 붙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에 따른 중화학 부문 정비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 계열사들의 지분 정리 작업도 있었다. 
▲ 이건희 '건강리스크'에도 삼성 주가 강세… 이재용·이부진·이서현 경영권 승계 가속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응급시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지 하루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위로 구름이 끼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주 이건희 회장 일가가 지분을 나눠 가진 삼성SDS를 연내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증권가에선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가 상속세나 핵심 계열사 지분 매입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앞으로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만들어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들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동시에 이건희 회장 자녀 사이에 계열 분리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금융 계열사를 맡고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을, 차녀인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이 패션·미디어를 맡는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이건희 회장의 두 자녀가 경영을 맡은 계열사의 주가도 이날 강세였다.

같은 시간 호텔신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8% 뛰었고 제일기획은 3.93% 올라 6거래일 만에 상승으로 돌아섰다. 

삼성엔지니어링(0.39%)과 에스원(0.38%)도 올랐고 크레듀는 2.74% 상승해 삼성SDS 상장 소식 이후 3거래일 연속 강세를 나타냈다. 크레듀는 삼성SDS가 지분 47.2%로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반면 삼성SDI(-2.67%), 삼성화재(-0.19%), 삼성중공업(-1.48%), 삼성전기(-2.54%), 삼성카드(-0.13%), 제일모직(-2.44%), 삼성테크원(-2.72%), 삼성증권(-2.35%), 삼성정밀화학(-1.51%) 등 상장된 삼성그룹 계열사 17곳 가운데 9곳은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