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걸고 구조하다가 참변"
생존자 증언 안타까움 더해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승객을 구조하다 숨져 12일 의사자로 인정된 세월호 승무원 김기웅(28·아르바이트생)씨와 정현선(28·여·사무직)씨는 연인 사이였다. 올 가을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김기웅씨는 세월호가 급격히 기울자, 잠자고 있는 동료들을 깨워 탈출을 시도했다. 동료들과 함께 나오던 중 여자 친구인 정현선씨가 아직 선내에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갔다.

김씨와 정씨는 승객 1명을 탈출시킨 뒤, 승객 구조를 위해 다시 선내로 들어갔다 자신들은 배 안에서 나오지 못했다.

이들 사연은 지난달 19일 고 정현선씨 빈소를 찾은 40대 남성(세월호에서 구조된 승객)에 의해 알려졌다.

이 남성은 당시 빈소에서 정현선씨 어머니를 붙잡고 "승객을 탈출시키기 위해 '배 밖으로 나가라'로 떠민 후, 다른 승객을 구하러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갔다. 참변을 당해 너무 안타깝다"며 오열했다.

이 남성의 증언이 없었다면 김씨와 정씨의 '살신성인의 희생 정신'은 그냥 묻힐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접한 인천시는 지난달 25일 김씨와 정씨를 의사자로 인정해 줄 것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했고, 보건복지부는 12일 이들을 의사자로 인정했다. 김씨는 인천 남동구에서, 정씨는 인천 서구에서 살았다.

정현선씨는 10년간 선상에서 일한 베테랑 직원이다. 그녀는 스킨스쿠버 다이빙에도 능해 충분히 배에서 탈출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단 한 명의 승객이라도 더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동료와 유가족에 따르면 정씨는 평소 책임감이 강하고 정이 많았다. '정 장군'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여직원들 사이에서 항상 리더였다고 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고 김기웅씨와 정현선씨가 의사자로 인정돼 이들의 죽음이 헛되이 되지 않게 됐다"며 "이승에서 다 못 이룬 사랑을 저승에서나마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목동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