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진의원, 2013 결산서 공개
특별회비로 잡힌 10억여원
기본자산출연금과 거의 일치
해운·항만업계 '해경 눈치'
울며겨자먹기식 납부 의혹
해양경찰청의 전방위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한국해양구조협회가 해운·항만업계와 해경 직원 등에게 회비 명목으로 거둬들인 돈의 규모(경인일보 5월7일자 23면 보도)가 무려 1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해경과의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세월호 민간 구난업체인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 등 협회에 회비를 낸 해운·항만업계 관련 단체와 업체의 명단, 회비 납부내역 등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이 12일 공개한 한국해양구조협회 2013년도 결산서에 따르면 협회가 공식 출범한 지난해 '회비와 기부금 수익'은 총 15억8천여 만원이다. 내역을 보면 '특별회비'는 10억1천15만원, '개인 및 단체회비'는 5억7천873만원으로 나와있다.
이 결산서 상에 적시된 '특별회비'와 '개인 및 단체회비'의 규모는 앞서 경인일보가 확인한 협회의 2013년도 재정보고서 경영공시 자료 중 수입으로 잡혀 있는 '기본자산출연금'(11억315만원)과 '회비'(5억9천673만원)를 합한 금액과 상당히 일치한다.
이 때문에 해경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해운·항만업계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협회에 낸 회비 명목의 목돈이 기본자산출연금으로 잡힌 것 아니냐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본자산출연금의 경우 협회 측의 명확한 해명이 없어 돈의 출처 등을 놓고 궁금증을 자아냈었다. 김 의원 측도 해운·항만업계의 목돈이 결산서상 특별회비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의원이 공개한 협회 결산서에는 총(지출)비용 7억9천300여 만원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일반관리비'(직원급여·상여금·복리후생비 등)와 '조직확장 및 관리비'(창립총회경비, 회의비 등)로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 측은 이에 대해 "지출비용을 보면 구조협회의 출범 목적과 기능에 부합하는 사업다운 사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세월호 참사 이후 협회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해양경찰청 전·현직 고위 간부 등 정관계 인사와 이해관계에 있는 해운·항만업계 대표들이 협회 임원진으로 함께 활동 중인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협회가 해경의 지원 아래 해운·항만업계에 회원 가입과 회비 납부 등을 요구해온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해양구조협회나 해양경찰청 측은 임원진 구성 배경이나 언딘 등 해운·항만업계로부터 거둬들인 회비 내역 등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임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