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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나는 사건 연속중에 웃음포인트 연기 어려워
고공 와이어 '아파트 격투신' 콘티 아닌 현실성 살려
"계속 긴장되는데 그 안에 유머가 있어요. 후반부에는 액션도 있고요. 굉장히 독특한 한국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이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배우 이선균의 말이다. 홍상수 감독 영화의 단골손님이자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같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한 이선균이 이번엔 범죄 액션 장르에 도전했다.
29일 개봉하는 김성훈 감독의 두 번째 영화 '끝까지 간다'다. 영화는 비리 경찰 둘이 벌이는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담은 롤러코스터 같다.
긴장감은 파고가 높고, 그 빈도도 잦다. 매우 정교하면서도 유쾌한 작품으로 신선한 자극을 준다는 평과 함께 제67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이선균은 지난 12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영화를 찍으며 감정선을 분배하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건수에겐 처음부터 짜증나는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니까 표정관리와 감정선을 어떻게 잡을지 고민이었어요. 처음부터 계속 짜증나는 표정을 지으면 관객들도 덩달아 짜증날 것 같았기 때문이죠. 그럴 때는 어느 정도 감정의 이완이 필요하죠. 웃음 포인트를 줘야 해요. 그러면서도 (극적인)리얼리티도 살려야 하잖아요. 긴장과 이완 사이의 줄타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인 아파트에서 펼치는 대결에선 이른바 '개싸움'으로 주도권을 잡는다.
"서로 물고 때리고, 목 조르고… 그야말로 처절했어요. 주먹 하나 휘두를 힘이 없을 정도로 다쳐서 둘 다 기운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진웅이에게 저금통으로 머리를 맞아서 멍도 들고, 갈비뼈에 살짝 금도 갔어요. 감독님은 다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는지 촬영 마지막 날에 '아파트 격투' 장면을 찍었죠.(웃음)"
사실 이 마지막 장면은 이선균과 조진웅의 아이디어가 빛이 난 사례다. 애초 김성훈 감독은 정교한 콘티로 배우들의 동작을 모두 계산해서 준비했다.
"약속된 액션이 저희 영화의 분위기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동작들은 대본에 너무나 상세히 묘사돼 있었죠. 막상 하다 보면 동선에 여러 가지 제약도 있을 것 같았어요. 진짜 싸우는 것처럼 가고 싶었어요. 어떻게 할지 진웅이와 함께 노래방 가서 이야기하다가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라 감독님과 상의하기도 했죠."
영화에서 창민과 대결한 건수는 베란다를 통해 옆집으로 도망가는 장면이 나온다. 무려 19층 높이에서 '와이어'만 차고, 이를테면 1901호에서 1902호로 넘어가는 장면이다. 이선균은 무려 10번 넘게 이 장면을 재촬영했다.
"와이어는 안전장치였을 뿐이고 힘으로 넘었어요. 상황에 집중하다 보니 어렵지 않게 넘어갔어요. 그게 배우의 욕심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인간 이선균'이 하면 못하겠지만, '배우 이선균'이 하면 할 수 있는 거죠. 모니터를 보면 한 번 더 하고픈 욕심도 들기도 해요. 감독님의 요구도 있었죠. 그런데 허무했던 건, 세트장에 가니까 아파트 장면과 똑같은 세트를 마련해 놓은 거예요. 거기서도 같은 장면을 찍었죠.(웃음)"
"100% (연기에)만족하지 못하지만 영화를 재밌게 봤다"는 이선균에게 다음에는 더욱 난도 높은 액션 영화를 찍을 거냐고 물어봤다. 잠시 생각하던 이선균은 멋쩍게 웃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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