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담배소송의 속내를 내비치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내외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다. 종래 흡연 피해자들이 담배사업자인 대한민국정부와 한국담배인삼공사를 승계한 주식회사 KT&G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과는 다른 차원의 소송이다. 소송대상은 국내 담배회사인 KT&G와 BAT코리아(주), 그리고 필립모리스코리아(주) 등 모두 3곳이다. 이번 담배소송의 특징은 보건복지부 관련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기획재정부 관련 KT&G의 공공기관간 소송 대리전이라는 점이다. 참으로 볼 만하다. 기획재정부는 심판 대상인 담배사업법의 소관부처임과 동시에 담배세금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처이다.

흡연 및 담배에 대한 법적 시각은 다양하다. 담배는 기호식품으로서 흡연의 시작과 중단은 모두 인간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근거하는 것으로, 흡연권 역시 헌법상의 권리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반대의 견해도 있다. 그러나 흡연으로 인한 피해 결과는 누구나 인정할지도 모르겠다. 흡연으로 인한 법적 소송에서 담배사업자에게 손해배상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과 객관적 요건이 필요하다. 손해배상의 성립 요건과 관련하여 사후 판단의 성격이 강한 법원의 입장에서 고민할 수 있는 점은 첫째, 담배사업자의 고의, 과실 및 위법성 증명, 둘째, 흡연과 폐암과의 인과관계 증명, 셋째, 담배갑 경고문구가 면책이 가능한지 여부 및 니코틴의 중독성 증명의 문제가 법원 판단의 중요한 쟁점일 것이다. 종래에는 객관적 요건인 담배회사의 위법성을 증명하지 못했을 뿐더러, 담배사업자 등의 담배로 인한 경고의무 강화, 언론보도, 금연운동 등 다양한 노력이 수반되어 법적 판단에 상당히 한계가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앞으로도 담배 관련 소송에서 양 당사자는 승소하기 위해 각자의 입장에서 많은 노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담배로 인한 폐해는 온 국민이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따로따로 논의해야 할까? 사전적으로 입법부 및 행정부가 논의해야 할 역할이 있고, 사후 판단에서 사법부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고 본다. 입법부인 국회는 담배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입법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담배 수입금 중 일부를 흡연피해 치료비용에 사용하도록 입법추진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법부(법원)는 입법적 해결은 별론으로 하고 손해배상의 증명책임에서 엄격한 요건보다는 개연성 이론의 도입 등 제조물책임법상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점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행정부 역시 행정부처 공동으로 흡연으로 인한 재정손실 규모를 추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흡연으로 인한 손실액을 1조7천억원으로 추정하고, 이를 환수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만약 국민건강보험공단 흡연손실액 1조7천억원이 사실이라면 한 달에 전 국민이 납부하는 보험료 1조9천억원으로 매년 전 국민의 한 달치 건강보험료 면제가 가능한 것이다. 흡연 폐해에 대해 흡연자는 건강증진법상의 부담금을 물고 있는 데 반해 원인 제공자인 담배사업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비흡연 국민까지도 매년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 손실액 1조7천억원을 부담하고 있는데, 정작 질병을 유발한 대가로 엄청난 수익을 취하는 담배회사는 아무런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있는 결과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가 주장하는 부처간 협업이 필요한 사례이다.

/소성규 대진대학교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