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여성실업대책본부 상담원 김금성씨
스스럼없이 자신을 '공순이' 출신 아줌마라고 밝히는 김금성(40)씨.
그녀는 (사)인천여성노동자회 여성실업대책본부에서 일하는 상근 상담원
이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과 남편 뒷바라지로 분주하고, 늘어나는 살
림에 새록새록 재미를 붙일 나이지만 그녀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로 낙
을 삼고 있는 맹렬 아줌마다.
그녀는 요즘 경제적인 능력을 상실한 여성과 실직 가정에 희망을 주기 위
해 하루종일 전화 수화기에 매달려 상담하는 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하루 아침에 길거리로 나앉게 된 여성들의 기막힌
사연들을 듣고 하루에 몇번씩 눈물을 훔쳐내곤 하는 게 그녀의 고달픈 일상
이기도 하다. 또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독립적으로 살아 간다는 것이 얼
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하고 나면 분노마저 치민다.
그녀는 원래 사회운동과 거리가 먼 그저 평범한 아줌마였다. 그러나 지
난 99년 인천시 서구 석남동 모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다 퇴직금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난 것이 그녀를 여성단체에 발을 들여 놓게 만들었다.
너무 분통이 터져 찾아간 전국 여성노동조합의 도움으로 법정 싸움을 벌
여 100여만원의 퇴직금을 어렵게 손에 쥐게 됐다. 그녀는 이때부터 인천여
성노동자회에 나와 무료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차별받는 여성에
대한 문제의식은 그녀가 어려서 구로공단에서 일할 때부터 태생적으로 안
고 있었다. 찢어지는 가난때문에 고향에서 학업을 중단하고 무작정 상경한
그녀는 공장에 취직해 쥐꼬리만한 봉급을 받으며 어렵게 생활했다. 때문에
그녀는 '공순이'라는 말만 나오면 주눅 들곤 한다. 비참한 사회 밑바닥 생
활에서 해방되기 위해선 공부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야간 고등학
교에 다니며 공부에 매달려 어렵게 한국방송통신대학까지 마쳤다. 이후 지
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들까지 낳아 단란한 가정을 이뤄 공순이라
는 굴레를 벗어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결국 어린이집 퇴직금 사건을 경
험한 뒤 그녀는 가슴에 품었던 원초적인 사회문제 의식에 불을 지피게 된
것이다. 그녀는 현재 55만원의 급료를 받고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다. 출·
퇴근 차비하랴, 식사 해결하랴, 용돈을 쓰기에도 빠듯한 월급이지만 그녀
는 자신이 드디어 할일을 찾은 것같아 너무 행복하기만 하다. 상담을 통해
극한적인 상황으로 내몰리는 여성들을 도우면서 삶의 참 의미를 깨닫게 됐
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동안 공순이라는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 나 스스로를 괴롭혔지
만 이곳에서 일한 후부터 오히려 자긍심을 느낄만큼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며 “차별받는 여성, 소외받는 여성들을 위해 당당하게 잘못된 현실
에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 하남시 청소년상담실장 박선영씨
“청소년들은 자신의 고민을 또래 친구에게 먼저 말하죠. 친구가 올바른
조언을 해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잘못된 판단때문에 더 큰 문제
로 확대되는 경향이 많아요. 청소년 대부분이 처음 잘못 판단해 더 곤경에
빠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청소년들의 든든한 벗이 되고 있는 하남시 청소년상담실 박선영(34)실장
은 실의에 빠진 아이들에게 용기와 신뢰, 자신감이라는 특약을 처방하는 '
사랑의 주치의'로 불린다.
하남시 청소년상담실이 설립된 지난 97년부터 상담실을 지키고 있는 박실
장은 건강한 청소년 육성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부모역할을 프로그램으
로 작성, 상담에 임하고 있다.
박 실장은 소집단 대화 및 토의를 통해 자신개방, 자기이해를 돕고 사회
적응 능력을 향상시키는 자기성장 프로그램, 학교에서 징계받은 학생들을
모아 일정기간 교육과 훈련을 한 뒤 다시 학교로 돌려보내는 학교생활 적
응 프로그램등 다양한 소재로 완벽한 청소년 상담소 운영을 추구하고 있다.
박 실장의 도움으로 인생의 고비를 잘 넘긴 학생들도 많다.
“한 번은 임신 8개월의 여고 2년생이 찾아왔지요. 어린 나이에 인생이
끝난 듯한 절망 속에 빠져있었어요. 주위에 도와줄 사람이 전혀 없었던 거
죠. 출산을 도와주고 계속 관심을 갖고 상담해준 결과 학교도 무사히 졸업
하고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이제 친자매 같은 사이가 됐어요.”
또 상습 본드흡입으로 보호관찰명령을 받은 한 고교생은 박 실장과 만나
면서 다시 건강한 본모습을 찾아 대학에 진학했으며 현재는 군에 입대해 편
지를 주고받는다.
청소년상담실도 자리가 잡혀 지난해에는 5천100여건의 상담을 했다. 또
2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학교와 각종 사회단체에 출강해 청소년 성교육 및
학부모 교육관련 상담 그리고 아버지가 참석하는 가족캠프, 예비 중고생을
좌절… 방황서 희망을 심어주죠
입력 2002-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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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2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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