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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용지 무단점령후 집단이주
정부 관련문제 해결대책 없어
경기장 절반 아직도 미완공
최근 브라질에는 월드컵으로 인한 새로운 문화가 하나 탄생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피구링냐'(Figurinha)라 불리는 32개국 참가선수 얼굴사진 모으기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어김없이 사진 교환이 이뤄진다. 며칠 전 이 광경이 신기해 구경을 하고 있는데 꼬마가 다가와 "바꿔드릴까요?"라고 말을 건네와 내심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사진은 5장 묶음에 1헤알 (500원)에 팔린다. 하지만 사진을 볼 수 없도록 포장돼 있어 사진 바꾸기 문화가 탄생한 것이다. 가격도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운 월드컵 입장권에 비해 선수 사진 모음은 브라질 서민의 월드컵 열기를 달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문제도 적지 않다. 브라질 최대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Folha de Sao Paulo)는 지난 10일 1면 머리기사로 '월드컵에 반대해 12개 월드컵 개최도시에서 시위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뿐만 아니라 글로보(Globo) 등 방송매체도 연일 월드컵 반대 시위 장면을 화면으로 전달하고 있다.
반대자들은 140억달러가 넘는 막대한 월드컵 소요 예산을 국민의 의료 보건 교육 교통 등 복지향상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6월에도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이유는 같지만 참여자가 다르다는 것이 흥미롭다. 지난해의 경우 시위 참가자는 일반시민, 학생, 직장인 등 매우 다양했고 여러 단체에 의해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시위가 벌어졌다. 그러나 올해 시위는 모양이 많이 다르다. 대부분의 시위는 '무주택노동자모임'(MTST)이 주도한다.
MTST는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브라질리아 등 7개 주에서 조직을 운영 중이며 주요 활동은 무주택 근로자에게 살 집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월드컵으로 인해 주택 임차료가 올라 더 이상 살 수 없으니 새로운 터전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집단 시위를 하고 도심 불용지를 무단 점령, 무주택자를 집단 이주하게 한다.
지난 3일에는 상파울루 월드컵 경기장 소재지인 이타케라웅(Itaquerao)시에서 2천가구가 사유지를 무단 점거해 이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 8일에는 브라질 월드컵 경기장의 70%를 건설중인 'OAS', 'Odebrecht', 'Adrade' 등 3대 건축회사를 무단 침입하기도 했다. MTST는 불법시위를 당분간 계속하겠다고 하나,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
브라질 정부의 또 다른 걱정은 월드컵 관련 시설의 완공 시기이다. 개막일을 1개월 앞둔 오늘까지 준공이 이뤄지지 못한 경기장은 상파울루, 포르투 알레그리, 나타우, 마나우스, 쿠리치바, 쿠이아바 등 50%에 달한다. 지난해 말까지 완공을 요구한 FIFA의 주문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달 상파울루 월드컵 경기장을 직접 찾았을 때는 지붕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진입로는 포장이 안 된 상태로 황토흙이 날려 조경공사는 시작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장 공사는 차라리 순조로운 편이다. 벨루오리존치(Belo Horizonte)시 등 많은 공항이 아직 공사 중이다. 쿠리치바시는 미디어센터 준공을 아예 포기했다. 일부 도시에서는 경기장 옆에 텐트를 치고 중계를 해야 할 상황이다. 치안도 불안한데 말이다.
/유재원 KOTRA 상파울루 무역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