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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에 차려진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에는 여전히 눈물젖은 정적만이 감돌고 있다.
참사가 빚어진 지 한 달 슬픔에 잠긴 유족들도,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와 공무원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하지만 모두 희생자들 생각에 힘을 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대책위원회 권오현 총무는 지난 한 달 집에 들어가 잠을 자는 날이 거의 없었다.
매일 차에서 쪽잠을 자며 밤을 새우다시피 대책위 회의에 참석한다.
"동생 오천(단원고 2학년)이와 10년 넘게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잤는데 어떻게 집에 들어가 그 침대서 혼자 잘 수 있겠습니까."
권 총무는 한 달을 10년처럼 보내며 매일 밤 술을 마시지 않고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한다.
오전 10시부터 대책위 사무실에 나가 유족대표단 회의를 하고, 다른 유족들에게 일일이 상황을 전파하다보면 이미 자정이 다 된다.
하루 평균 500여통의 전화를 걸고 받으면 오후쯤엔 이미 녹초가 돼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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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 이들은 유족뿐만이 아니다.
사고당일인 지난달 16일 오전부터 단원고에 투입돼 안산지역 도로의 교통정리를 손수 지휘해 온 안산단원경찰서 교통관리계 이권재 계장도 지난 한 달이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라고 말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관리계 소속 교통경찰관 19명과 기동대 3개 중대(240여명) 경력을 적소에 배치해 유족과 조문객들의 차량을 안내하고 교통정리를 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는 것이다.
이 계장은 "사고당일 단원고 정문 앞은 흥분한 학부모들이 한꺼번에 몰려 전쟁터같았다"며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없어 일단 가족분들을 진정시킨 뒤 교통정리를 했던 게 생각난다"고 전했다.
그는 "매일같이 현장에 나와 파김치가 돼서 퇴근하지만 그게 어디 희생자나 유족에게 비하겠느냐"며 "같은 지역에 사는 이웃으로서 안타깝고 슬플 뿐이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대책상황반을 지키는 40여명의 공무원들도 유족의 마음으로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의료지원반, 심리지원반, 유관기관 협의반, 가족지원반 등을 운영하면서 희생자를 돕고 있다.
고광춘 안전총괄담당관은 "가장 힘들었던 점은 유족 요구를 들어드리고 싶어도 정부와 협의가 안돼 확답을 드리지 못할 때였다"며 "초유의 사고다보니 선례도 기준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전했다.
그는 한달동안 휴일도 없이 일주일 내내 현장과 사무실을 오가며 일하고 있지만 유족들을 생각하면 쉬는 것도 죄송한 마음이다.
합동분향소에서 자원봉사를 맡아온 안산시 자원봉사센터 소속 봉사자 200여명은 매일 현장에 나와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국화꽃 손질, 안내, 유족지원 등을 하고 있다.
지역 봉사단체다보니 유족들을 가족과 같이 돕고, 슬픔마저 함께 나눈다.
이정진 안산시 자원봉사센터 국장은 "봉사자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계속 현장에 있다가보니 피로가 누적된 것이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많은 봉사자들이 이번 사고를 통해 보람을 많이 느끼는 듯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