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고발프로그램「시사매거진 2580」이 27일 가요계의 음성적인 홍보
비 관행을 폭로하고 나섬에 따라 연예계가 또한차례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
인다.
당장 이날 '충격적인' 리포트가 나가자 당사자로 지목된 일선 방송사 PD와
스포츠신문 기자들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해 명예를 훼손하고 있
다"며 발끈하고 나선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검찰 수사를 요구할 태세여서 파
문이 확대될 조짐이다.
장동욱 SBS 예능총괄 CP는 "SBS에서는 단 한명의 PD도 음성적인 홍보비를
받지않고 있다"면서 "「시사매거진 2580」의 보도는 실증적인 취재가 결여
된, 형평성을 잃은 제작이었다"고 비판했다.
장 CP는 "SBS 차원에서 이번 (MBC)보도에 대해 심각하게 대처하는 것을 고
려하고 있다"면서 "PD들의 의견을 들어본 뒤, 명예훼손에 따른 법적절차를
밟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SBS 예능국의 하승보 PD는 "방송출연의 대가로 홍보비를 받는다면 이는 배
임죄에 해당되는데 어떻게 PD들이 그럴 수가 있겠느냐"며 "그런 일은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KBS 박현순 라디오 1국장은 "어떻게 PD들이 연예기획사로부터 과거의 잘못
된 관행인 홍보비를 받겠느냐"며 "KBS에서는 PD들이 순환하며 프로그램을
맡고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기획사들과 유착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
했다.
m.net의 김종진 제작본부장은 "케이블 음악방송이 연예기획사로부터 정해
진 액수의 돈을 프로그램 협찬비로 받고 그에 따라 뮤직비디오를 방송해 주
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는 협찬 차원이고, 음성적인 홍보비를
받는 것은 아니며 자체 검토한 결과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스포츠서울에서 가요를 담당하는 한 기자는 "홍보비라는게 정확히 어느 선
까지 이야기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기획사들이 조촐하게 밥이나 술을 사
는 정도라면 몰라도 방송에서 지적한 것처럼 현금, 주식 등을 기자들에게
지급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다른 방송사들과 달리 MBC의 예능국과 라디오국은 자사 프로그램의 보도가
홍보비 의혹을 제기한 만큼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장태연 MBC 예능국 부장은 "홍보비 관행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
만, 혹시 있다면 명확하게 누가 그런 잘못을 저질렀는지 적시해 보도했어
야 한다"면서 "애매모호한 보도로 전체 PD들의 위상이 하락할 것 같아 아쉽
다"고 말했다.
이기호 MBC 라디오국장은 "같은 회사의 보도프로그램이 방송한 내용을 놓
고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며 "후배 PD들과 이번 방송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이라
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시민단체 및 시청자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리 있느
냐"면서 이 기회에 가요계와 방송계의 음성적인 유착고리가 단절돼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동연 대중문화개혁시민연대 운영위원장은 "30일 기획사와 방송사PD들 사
이에 거래되는 음성적인 홍보비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며 "대중문화개혁시민연대가 접수한 제보들에 비춰볼 때 「시사
매거진 2580」의 보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므로 철저한 검찰의 수사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김태현 경실련 미디어워치 부장은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정말 큰 문제
가 아닐 수 없다"며 "가요계의 음성적인 시장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방
송사가 앞장서 자정운동에 나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