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정모(17)양은 유난히 친하게 지냈던 친구 2명과 함께 수학여행 떠날 준비에 들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영원한 친구가 되기로 약속한 정양과 이모(17)양, 김모(17)양은 학교에서도 다른 친구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소문난 단짝들이다.
처음으로 함께 떠나는 여행에 마음이 들떠 있던 정양과 김양은 이날 학교수업을 마치고 수학여행에 입을 옷을 사기 위해 쇼핑을 나섰다가 예쁜 팔찌를 발견했다.
서로의 눈을 쳐다보던 이들은 우정의 징표로 팔찌를 구입해 하나씩 사이좋게 나눠 끼고 다음날 수학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하늘도 이들의 우정을 시기한 듯 세월호 침몰사고로 모든 것을 앗아갔다. 정양은 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은 채 가까스로 구조됐지만, 김양은 차가운 바다 속에서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친구를 찾지 못하게 될까봐 정양은 겁이 났다. 정양은 엄마에게 "○○이랑 우정의 징표로 같은 팔찌를 했어. ○○이를 혹시 못 알아보면 이 팔찌를 찬 아이를 찾아줘"라며 팔찌를 보이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사고발생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인양된 여러 구의 시신 속에서 김양의 부모님은 팔찌를 차고 있는 딸을 확인하고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김양의 어머니는 "○○이와 함께 맞춘 우정팔찌를 보고 한번에 내 딸인지 알아봤다"며 "우정팔찌가 찾아준 우리 딸과 ○○이가 이젠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친구가 됐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정양과 이양은 구조됐지만 김양은 결국 주검으로 친구들 곁으로 돌아오면서 영원한 우정은 이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야만 했다.
정양 어머니는 "우리 ○○이가 말수가 적은데, 늘 옆에서 밝은 모습으로 함께 해준 ○○이가 너무 고맙다. 이제 우리 곁에 없다는 게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다"고 흐느꼈다.
/공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