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좋아하는 찌개 끓여왔으니 먹어…."

18일 낮 12시께 안산 하늘공원 납골당에는 단원고 희생자의 어머니가 납골함 앞에 점심상을 차려놓고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졌다. 점심으로 차린 밥상에는 생전에 아들이 잘 먹던 김치찌개와 따뜻한 밥, 반찬이 올라와 있었다.

어머니는 환하게 웃고 있는 아들의 사진을 바라보면서 "예쁜 내 아들 엄마가 자주 만들어올게…"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잇따라 봉안되면서 부모들이 정성껏 차린 음식들이 납골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 거의 매일 자식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반찬을 듬뿍 싸가지고 온다.

학생들이 즐겨먹는 프랜차이즈 도시락과 햄버거, 스파게티 등 서양식 패스트푸드를 비롯해 김치찌개와 각종 밑반찬 등 한식까지 수북이 놓여있다.

유족들에게 하늘공원을 찾는 것은 일상이 됐다. 납골함에는 하늘에 영면해서도 친구들끼리 우애좋게 지낼 수 있도록 유족들이 남긴 편지들이 많았다.

한 어머니는 '○○야, ○○엄마야. 이 세상에서 못다한 꿈 저 세상에서 외롭지 않게 친구들과 함께 멋진꿈 펼쳐라'라고 애틋한 편지를 남겼다.

이날까지 납골당에는 101명 학생의 유해가 봉안됐다. 유족들은 조금이라도 자녀를 가까운 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곳을 택했다.

이모양의 어머니는 "1주일에 3~4번씩 와서 꽃이랑 사진을 새로 달아주고 간다"며 "친구들도 자주 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한 학생의 납골함에는 사탕과 초콜릿, 쿠키 등이 빼곡하다. 이날 김모양은 평소 친구가 좋아하던 치즈케이크를 놓아두었다. 김양은 "지난번에 사왔는데 또 먹고 싶어할 것 같아서 가져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족들의 상차림에 납골당 사무실도 분주해졌다. 유기동물과 벌레들이 음식을 건드릴 수 없도록 1~3시간에 한번씩 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주말에 바쁠 때는 한번에 리어카 절반을 채운다.

한 직원은 "매일 오는 부모님들도 있다. 한껏 차려온 음식 앞에서 눈물 흘리는 부모들을 보면 같이 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박종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