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오피스텔 붕괴에 이어 평양에선 23층 아파트가 무너졌다. 어금니처럼 튼튼한 산이 '牙山'이고 오피스텔 이름도 '테크노 밸리'라면 '전문적이고도 기술적인 골짜기'라는 뜻이건만 완공 직전 기울어 18일 철거된 것이다. '밸리'가 붙은 아파트 이름은 흔하지만 성경 속의 valley는 '죽음의 그림자가 비치는 골짜기'라는 뜻이다. 그걸 그 오피스텔 시공자는 몰랐을까. 92가구에서 수백명의 사상자를 냈을 거라는 평양 아파트 붕괴는 1970년 무너진 서울 와우 아파트를 떠올리게 하지만 완공도 되기 전에 기울어 해체된 아산 오피스텔이나 완공 전에 입주부터 했다는 평양 '와우 아파트' 붕괴나 오십보백보 아닌가. 남북 시차 44년. 북한 고물 아파트 붕괴는 이제 시작일 게다. 모든 건축물이 '돌격 앞으로!' 군대식 속전속결로 지어지기 때문이다. 그 '조선 속도'라는 건 타국 속도보다 몇 배나 빠르다는 것이다.

마식령 스키장도 1년 만에 건설했고 45층 빌딩 골조도 87일 만에 세웠다는 그들이다. 그런 '속도전쟁'으로 평양의 10만호 아파트를 건설, 혁명수도를 현대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글자 그대로 '졸속(拙速)'의 결과는 뻔하다. 세월호 침몰 때 중국 언론은 곧바로 '한국이 배를 버리고 배신하는 건 해사전통(韓國 棄船違背 海事傳統)'이라고 보도했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17일 '과적(過積), 거칠고 엉성한(雜な) 조선(操船), 배를 버리고 달아나는(置き去り) 등 무책임의 연속'이라고 썼다. 평양 아파트 붕괴도 CNN, BBC 등 외신들이 즉각 보도했고 중국 CCTV도 어제 '평양 아파트(住宅樓) 도담(倒坍)으로 김정은 철야미면(徹夜未眠)'이라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아파트 붕괴 참사로 잠을 못 잔다는 것이다.

남북한 연속 사고로 세계인의 한인 민족성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 불쾌하다. 남북이 거기서 거기라고 폄하하는 건 아닐까. 해경 해체, 추모비 건립, 국가 안전의 날(4월 16일) 설정, 특검과 특별법 등 박 대통령이 어제 눈물로 대국민사과와 함께 담화를 발표했지만 야당은 '미흡하고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럼 하야 선언만을 고대했던 것인가. 이제는 화합 차례고 지나친 국민성 자책 등 패배주의도 확 벗어날 차제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