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상 협성대 대외협력처장
세월호 참사 고통 이해하면서
어려운 상황 극복해 보자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습니다
조금씩… 천천히… 유족들을
생각하며 각자 위치에서
생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L형!

요즈음 하루에 최소한 두번 이상은 만나는 학교 정문은 저에게 쉴새없이 기쁨과 슬픔을 날라다 주고 경영학자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무언(無言)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L형!

우리도 서로 무언(無言)으로 묻고 무언(無言)으로 답할 수는 없는 걸까요? 대한민국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내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위해' 서로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무언으로 묻고 답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저번주 예배시간에 평소와 달리 기도가 길었습니다. 기도하면서 눈물이 나올까 자제했습니다. 옆에서 기도하는 아내의 기도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그랬노라고' 연약한 믿음에 스스로 위로해 봤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최근의 모든 것들이 그저 꿈이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어떠한 악몽도 깨어나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L형!

제 입장에선 참으로 안타까움이 크고 대한민국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불행한 역사'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불행한 역사'가 발생하던 그날, 잠을 이루지 못하고 온 몸이 떨리면서 밤을 지새웠던 날을 앞으로도 쉽사리 떨쳐버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직도 유가족들의 슬픈 그림자가 매번 나타나 나를 힘들게 합니다.

L형!

월요일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TV로 시청했습니다. 다음날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한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의 평가도 TV로 시청했습니다. 그분들이 바다를 향해 사랑하는 자식들의 이름을 불렀을 때 다시 한번 울분을 삼켜야 했습니다.

L형!

저의 서재에 몇 권의 경영관련 책들이 놓여 있습니다. 경영 성공·실패 사례들을 발췌해 놓은 책들입니다. 어떠한것은 내용이 방만해서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어떤 내용들은 메모 수준이어서 기억에 남지도 않습니다. 가끔 갈증을 느낍니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저의 서재에 놓여있는 책에서 느끼는 갈증과 동일한 모양의 갈증을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에서 느끼지 않았는지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에 잠겨 봅니다. 대통령도 미사여구가 아닌 현실적인 판단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종자 부모님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렸다면…하는 아쉬움과 더불어 참모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한편으로 참사가 일어나기 전 지구촌 곳곳을 다니면서 대한민국의 환경과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대한민국 대통령의 모습이 겹쳐져 슬펐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봤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가슴에 새겨야 할 국가경영의 원칙에 대해서 말입니다.

L형!

요즈음 참사와 함께 언론을 보면 웃을 일이 그다지 없는 것 같습니다.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참사의 아픔과 더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합니다. 소상공인들의 삶은 말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중, 삼중고를 겪는, 모든 이 땅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이제는 조금씩 각자의 위치에서 생활해 보자고 제안하면 저는 맞아죽을 놈이 될까요? 각자의 위치에서 참사를 당한 분들에게 진정 그분들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진지한 고민과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보자는 말을 조심스럽게 드리고 싶습니다.

L형!

숨이 목에 차도록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 모두 '희망'이라는 끈을 놓지 말고 이 어려운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가장으로서 집안 살림을 책임져야 하는 대한민국의 중소 사장님과 아침을 먹으면 점심 걱정해야 하는 대한민국 아버지를 위해서 조금씩…천천히…유족분들을 생각하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생활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눈물이 없다고 주위사람에게 냉혈인간이라는 소리를 듣곤 했던 형! 요번 참사로 그렇게 눈물을 보였던 형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이민상 협성대 대외협력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