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 사고 37일째인 22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한 상가 앞이 노란색 추모 리본만 바람에 날릴뿐 오가는 사람이 없어 한산하다. /하태황기자
"진상 규명도 안됐는데…"
유족 사망신고조차 못해
한달넘게 외출 꺼리는 동네
상가 손님·매출 '반토막'
심리상담도 1만4천건 넘어

"아직 사망신고도 못하고 있는데… 아직도 마을주민들은 슬픔에 잠겨 있어요…."

22일 오후 1시께 세월호 침몰사고로 84명이 희생된 안산 고잔동 일대는 여전히 '세월호의 슬픔'이 가시지 않았다.

거리에는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추모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을 뿐 주민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학교 정문 앞 추모부스에는 학생들이 좋아하던 간식들과 함께 장난감, 종이학 등이 온기를 잃은 채 수북이 쌓여 있었다.

주민 김모씨는 "옆집에서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잃었는데 어떻게 쉽사리 슬픔이 가실 수 있겠냐"며 "한 달이 지났어도 동네 주민들이 거의 거리로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잔1동과 와동지역 상가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고 일부 점포는 임대를 놓겠다는 안내표지가 붙어 있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는 "한 호프집의 경우 손님이나 매출액이 50% 가까이 줄었다"며 "점포를 팔아 달라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동 주민센터에는 주민들의 심리상담이 이어졌다. 경기도는 지난달 말부터 피해가 집중된 고잔1동·와동·선부동 주민센터에 시민상담소를 설치했다. 

하루에도 10명 이상씩 주민들이 상담을 받으러 온다. 한 달여간 안산시내 10여곳에서 이뤄진 주민상담 건수는 무려 1만4천여건에 이를 정도다.

주민들은 '한 다리 건너 이웃'을 잃었다는 고민을 가장 많이 털어놓고 있다. 한 학부모는 "태권도장에서 만난 학생의 죽음에 중학교 3학년 아들이 힘들어 하고 있어 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희생자 가족들 역시 여전히 슬픔에 잠겨 있다. 지금까지 학생 243명과 교사 9명 등 252명이 희생됐지만 부모들은 아직 진상규명과 자녀들을 잃은 슬픔에 대부분 사망신고조차 못하고 있다.

단원고 김모군의 어머니는 죽은 아들의 방만 보면 눈물이 계속 흘러 낮시간에 집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남겨진 두 딸을 위해 기운을 차리려고 아들의 방을 정리하고 새로 도배까지 해봤지만 여전히 아들을 잃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고잔1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희생자 학부모 중에 동 주민센터에 자주 찾아와 심리상담을 받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많다"며 "주기적으로 심리치료를 받아야 나아지는데 가족들이 다시 진도나 분향소를 가게 되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고 온다"고 말했다.

/이재규·박종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