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고승덕·문용린·조희연·이상면(가나다 순) 후보는 23일 생중계된 TV토론에서 서울교육에 대한 비전과 주요 공약에 대해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마련된 자리에서 후보들은 학교 안전, 선행학습금지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서로의 공약을 검증하고 견해를 밝히며 비교적 원만하게 토론을 이끌어갔다.

그러나 토론은 막바지로 흐르면서 상호비방전으로 변질되는 양상을 보였고 후보간에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 자사고 존폐 문제로 열띤 토론 = 후보 간 공방이 가장 치열했던 주제는 비평준화 교육에서도 자립형 사립고 존폐 문제였다.

토론은 고 후보와 문 후보, 조 후보가 설전을 주고받는 가운데 이 후보는 비교적 여유롭게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식으로 흘렀다.

고 후보는 "자사고 문제에 대한 평가도 나오기 전에 조 후보는 무조건 폐지하겠다고 하고 문 후보는 그대로 두겠다고 하는데 과연 장단점을 따져보지 않고 평가하는 게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며 "교육은 교육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진영 논리에 따라 미리 결정한 것은 아니냐"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조 후보는 "자사고는 교과과정에 자율성을 주자는 것인데 부유층 학생들만 가는 입시 명문고로 왜곡되고 있다.

자유를 잘못 사용하는 게 문제"라며 "여러 조건을 단계적으로 고려해 일반고를 살린다는 큰 교육적 원칙 아래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 후보는 "자사고는 사립학교로 교육감이 폐지한다 안 한다고 할 문제가 아니다.

학교재단이 원해서 자사고가 된 것"이라며 "사학 의견을 존중해 자사고 연장 문제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면 후보는 "자사고 존치 문제는 흑백논리로 정할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 사정에 따라 잘하는 학교는 잘하도록 지원하고 유지하기 어려운 학교는 일반고로 전환하든 혁신학교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반복된 이념공세…막바지엔 상호 비방전 = 후보들에 대한 건전한 정책검증으로 시작된 이날 토론은 그러나 후보들 간 공방이 가열되면서 이념 논쟁과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이어지며 상호 비방전으로 흘렀다.

조 후보가 "문 후보는 자사고에 대한 불법지원으로 교육단체로부터 고발된 상태"라며 "불법 지원되는 금액이 25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선제공격에 나섰다.

그러자 문 후보는 "전교조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조 후보는 자사고문제, 학생인권조례 등 여러 정책에서 전교조와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헌법의 자유민주적 가치를 가르쳐야지 헌법과 다른 걸 가르쳐선 안 되고 그것을 막는 게 교육감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문 후보가 '철 지난 색깔론'을 준비해왔는데 그에 대해 따로 말은 안 하겠다"고 응수했고 고 후보가 나서서 "선거 때만 되면 전교조를 공격하고 선거가 끝나면 사과하며 어설프게 그러는 것보다 이념을 버리고 교육은 교육답게 하는 교육감이 필요하다"며 공격에 가세했다.

조 후보는 다시 칼끝을 고 후보에게 겨누며 "'BBK 변호사', '철새 정치인'이라는 의혹이 있는데 여기에 대해 어떤 답변을 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고 후보는 "교육감 선거 토론회에서 근거 없는 비방은 하지 말자고 합의하고 나왔는데 그런 식의 발언에 대해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문 후보도 고 후보를 겨냥해 "히딩크가 아무리 잘나도 야구 감독, 농구 감독은 못하는데 고 후보는 판사, 국회의원, 펀드매니저였다 그런 분이 교육감으로서 이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어떻게 교육을 그렇게 가볍게 보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고 후보는 "공부만 알기 때문에 세상은 모른다고들 한다. 후보 모두 대학교수로 훌륭한 분들이지만 공부만 해서 오히려 세상물정에 어둡다"며 "나처럼 교육뿐 아니라 청소년 지도, 경제, 금융 등 다양하게 활동해온 사람이 교육감이 될 수있다고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이 후보는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와 소통이 안 되는 이유가 뭐냐", "문 후보가 건강이 안 좋아서 시의회와 예산 문제를 못 푼다는 설이 있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문 후보를 몰아세웠다.

여기에 문 후보는 "말 같지도 않은 말에 답할 가치를 못 느낀다"며 "내 건강을 이렇게 귀한 자리에서까지 염려해줘서 감사하다. 그러나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받아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