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큐3일]바람이 쉬어가는 간이역 – 원곡마을 양원역 /KBS2 '다큐멘터리3일' 홈페이지

울진과 봉화를 가르는 협곡 사이에 주민들이 손수 지은 간이역 양원역이 있다. 이곳은 지금도 산골마을에 버스가 들어오지 않아 어르신들에겐 기차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25일 방송된 KBS2 '다큐멘터리 3일'(이하 다큐3일)에서는 바람도 햇살도 잠시 쉬었다 가는 곳, 이름도 생소한 원곡마을 양원역에서의 72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울진군과 봉화를 가르는 낙동강 상류에 자리 잡은 원곡마을은 20여 가구에 40여명의 주민들이 사는 작은 산골마을이다. 

마땅한 교통시설이 없던 이 곳 주민들은 마을 앞으로 영동선 기차가 서지않아 이웃마을의 승부역까지 10리가 넘는 거리를 걸어가야 했다. 

승부역을 오가며 철길을 따라 걷다 교량이나 터널에서 기차를 피하지 못해 10명이 넘는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결국 해마다 사망자가 늘자 주민들은 철도청과 청와대에 기차를 세워 달라고 수차례 청원을 넣었고, 영동선 개통 33년만인 1988년 4월 원곡마을에 기차가 정차하게 되었다. 

마을에 기차가 선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만세를 부르며 너나 할 것 없이 괭이와 호미를 들고, 손수 승강장과 대합실을 만들었다. 

양원역에 기차가 정차한지 26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기차는 이 산골마을에서 최고의 교통수단이다. 

또한 작년 4월부터는 하루 6번 각각 3분, 5분, 10분씩 양원역에 관광열차가 정차하면서 조용했던 산골마을에 번개시장이 열렸고, 마을 할머니들은 이때 잠깐 내놓을 산나물을 매일 뜯고, 삶고, 종일 말려 나물전을 펼친다. 

조용한 산골마을에 사람들이 복작이면, 할머니들 얼굴에 웃음이 피어오르고, 원곡마을 사람들에게 기차역은 이제 새로운 기대와 기쁨이 담긴 하루 그 자체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