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리 인천국제교류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IFEZ 글로벌센터에서 올라온 주간업무보고를 읽던 중 방문자 리스트에서 Spike Millington이라는 생소한 이름을 발견하였다. 소속과 직책은 EAAFP, 사무국장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곧바로 담당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EAAFP라는 기관과 사무국장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하였다. 잠시 후 담당자는 EAAFP는 송도에 유치된 국제민간기구라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관련 자료를 이메일로 보내왔다. EAAFP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 파트너십(East Asia Australia Flyway Partnership) 사무국인데 철새이동 경로에 관한 연구를 하는 국제민간기구로서, 현재 15개 정부, 4개 정부간 국제기구, 10개 국제 NGO, 1개의 다국적 기업 등 총 30개 파트너가 참여하고 있었다.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철새들을 위해서도 이렇게 국제교류를 하는데…, 이들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국제 네트워크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런 국제기구가 인천 송도에 유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니, 인천국제교류재단의 대표로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취임한 지 2개월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자기 위안적인 생각이 들긴 했지만, 합당한 변명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바로 올해 5월 12일 세계철새의 날을 맞이하여, 인천의 환경단체 및 NGO 등과 협력하여 철새 보호 행사를 했다는 기사를 읽을 수 있었으며, 사무국장은 지역 밀착형 사업의 일환으로 인천지역 청소년들에게 철새 및 갯벌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철새교육 및 현장 투어를 계속 실시할 예정이라는 인터뷰 기사도 달려 있었다.

곧바로 재단 내 국제기구담당 과장에게 Millington 국장과의 미팅을 주선하라는 지시를 했다. 다행히도 바로 다음 날 오후 GCF 건물 3층에 위치한 EAAFP 사무국에서 Millington 사무국장과의 첫 만남이 성사되었다. 그는 영국 출신의 생물학자로 50대가 훌쩍 넘어 보이는 학자풍의 신사였다, 사무실 소파에까지 각종 자료들이 널려 있어, 그가 매우 바쁜 시간을 쪼개 주었다는 사실에 마음속으로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 양 기관에 대한 소개를 한 후, 나는 우연히 사무실 창문으로 날아들어와 3일간을 함께 보냈던 철새 노랑눈썹솔새(학명 yellow eye browed warbler)와의 일화를 소개하며 첫 만남의 어색함을 풀어 보려 하였다. 우리는 첫 만남이지만 비교적 친밀하고, 실질적인 대화를 할 수 있었으며, 앞으로 다양한 교류 협력 사업을 발굴해 가기로 하였다. 특히 환경 보호와 철새 보호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EAAFP 네트워크에 관련된 해외 많은 청소년들과의 교류 및 대화의 장 마련을 위해 협력해 나가자는 데 동의하였다. 함께 배석했던 EAAFP측 부국장(인천시 파견)은 우리는 북한에 마음대로 갈 수 없지만, 이들은 철새이동 경로 추적을 위해 북한에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어, 남북교류협력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송도에 유치되어 있는 국제기구들이 과연 인천시민에게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일까? 그렇다. 인천 송도에 유치되어 있는 13개의 국제기구에 대해 우리 시민들은 아직 잘 모른다. 그들이 우리 인천의 글로벌화, 그리고 인천시민들에 기여할 엄청난 잠재력에 대해 우리는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인천의 지역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얼마나 큰 열망을 가지고 있는지를 큰소리로 말하고 싶어한다고 믿는다. 인천국제교류재단은 그들을 인천시민들 앞으로 데리고 나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송도에 갇혀 있지 않고, 인천지역 사회 속으로, 인천시민 속으로 걸어 나와 시민들의 의문에 스스로 그리고 힘차게 답해 가도록 해 갈 것이다.

/윤면상 인천국제교류재단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