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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용휘 연출가·수원여대교수 |
정부·정치권·국민 모두 자중,
지혜롭게 규칙 세우고 천천히
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혁신은
남이 아닌 자기부터 시작해야
지난 수요광장에 필자는 우리 모두 석고대죄하고 이 나라를 다시 만들고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그것이 진정 우리 후손들에게 미래를 부끄럽지 않게 내어 주는 것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작금의 돌아가는 상황은 과연 진정 이 나라가 처음부터 다시 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능력이 있는지 사뭇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 아직도 세월호가 잠긴 바다 밑의 우리 아이들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안 끝났다. 또한 이 참사의 진정한 원인조차 정확하게 나오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은 끝나지 않은 이 비극을 최후까지 잘 마무리하는 것이 왜 죽어야 했는지조차도 알지 못하고 희생된 그들에게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그 후 우리의 그동안의 병폐를 찾아내어 도려내고 수술하고 보완하여 후진적인 재앙이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참사현장은 다소 잊혀가고 너무도 급한 처방과 심지어는 희생자 가족을 비참하게 하고 온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엄청난 실망을 주고 분노를 자아내게 한 해경, 필자 또한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일부 부도덕한 해경을 보며 분노를 참기 힘들었지만 최소한 현재 실종자 찾기에 정신이 없는 해경이 어떤 공청회 한 번 없이 해체가 되고 안전행정부 역시 반 해체되는 모습을 보며 이건 급해도 너무 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이리 급한 것일까?
물론 너무나 큰 비극에 국민들은 슬픔에 잠겼고 이사람 저사람 불평을 쏟아내니 처방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백년대계의 마음으로 없애고 뜯어고치더라도 섬세한 부분까지도 다 고려하고 생각하고 연구하여 정권마다 바뀌는 전형적 관립이 아닌 백년이 가도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어떤 재앙이 생겨도 믿을 수 있는 진정한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속도는 빠르고 원칙이 무시당하는 세상이다. 지금의 원칙은 실종자 찾기에 최선을 다하고 안전망 시스템을 하나하나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견고하게 구축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보 1호 숭례문이 타들어 가는 것을 온 국민이 찢어지는 마음으로 봤다. 그런데 더 찢어지는 마음은 지금의 복원된 숭례문이다. 속도에 미쳐 부실하고 비리에 젖어 또 부실하고 해서 만든 것이 벌써 일그러져 가는 처참한 작금의 숭례문이다. 원칙보다는 눈에 보이는 실적에 치중한 결과이다.
필자는 얼마 전 월드컵 축구대표팀 감독이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 제가 만든 원칙을 제가 깼습니다 하는 인터뷰를 보고 깜짝 놀랐다. 감독직을 수락하면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본인 입으로 강하게 원칙을 정하고 말한 것을 온 국민이 다 들었는데 이제 와서 성적 운운하며 원칙을 쉽게 깨버리는 것이 과연 도리인가! 지도자로서 저리 쉽게 말한다면 이 땅의 어린이들 특히 축구를 꿈꾸는 많은 이들은 무엇을 배워서 국가대표를 꿈꿔야 하나?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필자가 느끼는 감정은 나라 곳곳 어디에도 고집스럽게 원칙을 지켜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인맥이 우선이고 학맥이 우선이고 실적이 우선인 사회 그러다 보니 관피아 해피아 법피아 같은 살면서 듣도 보도 못한 해괴한 단어와 해괴한 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는 시간과 진정한 각자 자기혁신과의 싸움이라 필자는 말한다. 각자의 원칙을 바로잡고 속도보다는 느림의 미학으로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
모두가 자중하고 정부와 정치권 국민 모두가 정의롭게 지혜롭게 원칙을 세우고 그리고 천천히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 특히 국민들에게 상처 주는 사람들 정신 차려야 한다. 대형교회 목사라는 사람들이 오히려 앞장서 세월호 가족과 국민을 미개하게 몰고 가고 폄훼하고 나라의 입이라는 사람이 피땀 흘리며 고생하는 잠수사들 일당을 거론하고 이상한 이슈를 만드는 것, 이런 사람들이 물러나고 정직하며 능력 있는 사람들이 원칙과 소신으로 천천히 이 나라를 바꿔야 할 것이다. 진정한 혁신은 남이 아니라 자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장용휘 연출가·수원여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