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부가 작성한 '주한미군 공여구역(캠프마켓) 주변지역 2단계 환경기초조사 결과보고서' 사본에는 캠프마켓 주변의 일부 지역에서 발암성 물질인 'PAH'가 다량 검출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경호기자
1단계 조사 '다이옥신' 이어
부영공원 포함 36곳 중 3곳
디벤조 안트라센 다량 검출
국내는 법적 기준조차 없어

미군에 의해 오염된 토양에 대한 정화작업이 진행 중인 인천시 부평구 부영공원을 비롯한 캠프마켓(부평미군기지) 주변지역에서 국내에는 기준치조차 없는 맹독성 발암물질이 다량 검출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27일 경인일보가 단독 입수한 환경부의 '주한미군 공여구역(캠프마켓) 주변지역 2단계 환경기초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부영공원을 포함한 캠프마켓 주변지역 36곳에서 채취한 시료(토양)를 분석한 결과, 모두 3곳에서 발암성 물질로 분류되는 'PAH(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의 한 종류인 'Dibenzo(a,h)anthracene(디벤조 안트라센)'이 미국 환경청의 선별 기준치인 15ng/g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9ng/g이나 되는 곳도 있었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PAH에 대한 기준치가 없기 때문에 환경부는 미국 환경청 기준치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산업용 오일이 연소할 때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원인조차 밝혀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환경부는 2012년 인천녹색연합 등 민간단체와 공동으로 캠프마켓 주변지역 1단계 환경기초조사를 실시해 상당수 지역이 중금속, 유류 등으로 오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발암성 물질로 알려진 다이옥신(Dioxin)이 다량 검출됐다. 환경부는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2013년 6월 실시한 2단계 환경기초조사에서 다이옥신, PCBs, PCPs, PAHs 등 4종의 유해물질에 대해서도 추가로 조사했다.

그 결과, 기존 환경기초조사 결과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또 다른 맹독성 물질이 검출된 것이다.

환경분야 교육·연구 단체인 사단법인 '나를 만나는 숲' 연구담당 한광용(환경분석학) 박사는 "디벤조 안트라센은 강한 발암성 물질이며, 피부에 묻을 경우 피부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특정 기준치와 상관없이 매우 위험한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에는 법적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해 말 2단계 환경기초조사를 마쳤지만 공식적으로 결과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내부적으로 검토를 마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최종 결과보고서가 나오지 않았다"며 "이번 조사에서 검출된 독성물질이 인체에 어느 정도 유해한지, 토양오염 정화작업을 통해 어느 정도 정화가 되는지 여부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자문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