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남정맥 능선에 자리잡은 김포시의 한 공장. /인천 녹색연합 제공
하천연결 시켜주는 녹지 훼손땐 한강·예성강등 오염
공장수 70배 이상 늘고 도로들 생겨나 '로드킬' 위험
탄저병 탓 과수 농가도 고통… 인공시설등 이격 절실

안성시 칠장산에서 김포 수안산까지 북서쪽 방향으로 약 160㎞ 구간의 산등성이. 경기·인천 서남부 지역을 가로지르는 한남정맥이다.

이 산줄기는 안성, 용인, 성남, 수원, 의왕, 군포, 안산, 안양, 시흥, 부천, 인천, 김포 등의 행정구역에 걸쳐있다. 한남정맥은 한강유역과 경기 서해안 지역을 가르는 도심 속 산맥으로 이곳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한강으로, 서해로 흐른다.

그러나 수도권 핵심 녹지축이지만 한남정맥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관심 속에 녹지축은 도처에서 진행 중인 각종 개발로 인해 끊기고 훼손되고 있다.

경인일보와 인천녹색연합은 한남정맥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07년에 이어 다시 이 곳을 찾았다. 앞으로 경인일보는 모두 10차례에 걸쳐 이 곳의 변화를 담아볼 예정이다. /편집자 주

■ 문수산성 복원사업으로 훼손된 산의 녹지

지난달 16일 오전 10시 민간인 통제선 바로 밑에 위치한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에 있는 문수산 진입로. 한남정맥 끝자락인 문수산은 한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어귀인 조강과 맞닿아 있다. 산을 조금 오르다보니 북한의 개풍 지역은 물론 예성강과 임진강, 한강이 한 눈에 들어왔다.

멀리는 한남정맥의 산인 계양산과 가현산이 있고, 그 사이에 녹지축을 끊어 놓은 듯 세워져 있는 한강신도시의 고층 아파트 단지도 눈에 보였다.

이번 답사를 함께 한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국장은 "한남정맥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 하천을 연결시켜주기 때문이다"며 "한남정맥이 훼손되면 그와 연결된 한강, 예성강, 임진강 등 여러 하천들이 오염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산 정상 부분에 오르니 문수산성이 눈에 들어왔다. 문수산성은 숙종 20년(1694년)에 강화 입구를 지키기 위해 쌓은 것으로 현재는 4천640m 구간이 남겨져 있다. 김포시는 2009년부터 이 곳에 대한 복원작업을 시작하면서 성곽을 기준으로 양쪽 10여m의 나무를 잘라 내버렸다. 이 때문에 산 정상에는 푸르른 숲 대신 누런 흙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장 사무국장은 "성곽을 복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을 오염시키며 복원작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녹지라는 것은 연결돼 있어야 서로 도움을 주며 자라나는 것인데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 늘어나는 공장에 끊어지고 있는 한남정맥

김포시는 급속도로 공장지대가 형성되고 있다. 2007년 11곳에 불과했던 공장은 현재 789곳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공장 수가 70배 이상 늘어났다.

이 때문에 한남정맥 능선을 따라 공장들의 편의를 위해 도로들이 생겨났고 녹지축이 단절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께 방문한 군 작전도로인 쌍룡대로 인근에도 능선이 끊어진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한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형 생태유치원이 정맥을 밀어낸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장 사무국장은 "정맥 축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공장이나 인공 시설물 등을 이격해서 지을 필요성이 있다. 한남정맥은 낮은 산지이기 때문에 관리가 되지 않으면 무작위로 공장들이 난립할 수 있다"며 "정맥 축 주변으로 건물이 생겨나게 되면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도로가 만들어지게 되고, 정맥을 따라 이동하는 두꺼비나 고라니가 '로드 킬'을 당할 위험성도 높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날 한남정맥을 따라 이동하는 도로 곳곳에는 수많은 공장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자동차 폐차장, 주물 공장, 플라스틱 제조 공장 등 하천을 오염시키는 공장들이 지난 2007년에 비해 많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곳 주민 김의균(52)씨는 "김포에 가구, 폐전선, 우레탄 등을 재활용하는 공장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과수농가들은 탄저병 때문에 과일 수확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주민들은 목이 따갑고, 눈이 침침한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사무국장은 "공장을 한 곳에 산업단지 형태로 지어놔야 주민들과 자연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주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