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처럼 투표하고 싶어요"
사전투표를 위해 지난달 31일 오후 4시께 수원시 팔달구 매산동주민센터를 찾은 오모(46)씨는 투표를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투표함이 2층에 있는데다 승강기마저 없어 전동 휠체어를 타는 오씨로서는 투표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내 도우미들은 오씨가 원한다면 휠체어를 직접 들어 올려 주겠다고 했지만 오씨는 이를 거절했다.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1층에 임시 기표소를 마련하고 2층 투표함에 대리인이 넣는 방법을 제안했지만, 이 역시 오씨는 거절했다.
오씨는 "일반인은 휠체어를 드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지만, 다칠까봐 무섭다"며 "비밀투표가 선거의 원칙인데 내가 투표한 용지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성토했다.
6·4지방선거의 사전투표가 지난달 30일, 31일 전국에서 일제히 시작됐으나 기표소 대부분이 2층에 설치되는 등 장애인 편의가 고려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앞서 30일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져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7~8명이 거세게 항의했으며 투표를 못 한 장애인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하기도 했다.
장애인 신모(43)씨 역시 "장애인은 짐짝이 아니다"며 "자신이 원하는 투표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투표한다던 사전 투표 첫 시행일부터 장애인 편의는 고려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에 선관위 관계자는 "30일의 경우 읍·면·동 사무소가 정상 업무를 보기 때문에 2층의 빈 공간에다 기표소를 설치한 곳이 많았다"며 "관내 투표소를 전수 조사해 늦어도 선거 전날까지 경사로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윤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