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평준화지역 고교 재배정 사태가 16일 재배정 결과 발표이후 '제2의 반발'을 부르며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학생 선호도(수요)와 학교(공급)가 불균형을 이루는 현실에서 고교 배정은 어차피 어느 정도의 반발을 감수해야 하지만 올해의 경우 도교육청이 전산오류라는 과오로 반발의 '빌미'를 제공한데다 배정학교가 뒤바뀐 데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이 더욱 커 사태수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학부모들은 농성에 이어 등교·등록 거부와 행정소송 등 동원가능한 모든 방법과 실력을 행사키로 하는 등 재배정결과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산오류라는 당초의 '이유있는' 반발과 달리, 재배정 결과에 대한 학부모 반발은 정서적·감정적 측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이 사태의 실마리를 쉽게 풀 수 없는 원인이지만 '사태 수습'을 대전제로 할때 일부 학부모들이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는 몇몇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첫째가 구역내 인원수용의 최대화. 농성 학부모 대다수의 요구가 통학 가능 학교에 보내 달라는 것인 만큼 학교 정원을 탄력적으로 조정, 구역외로 멀리 배정된 학생들을 구역내로 수용하자는 것. 학급당 인원을 35명으로 맞추기 위한 학교 정원 책정이 구역내 수급불균형의 한 원인을 제공했으므로 이를 조정할 경우 상당수 학생을 '구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번째는 학생간의 1대1 교환 방식.
서로 구역외 먼거리의 학교에 배정된 학생들의 배정학교를 서로 맞바꾸면 불만을 상당부분 완화, 해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학부모들은 근거리 배정의 기준이 되는 배정구역이 행정구역에 따라 나눠진 상황에서 특히 5개 구역으로 나눠진 안양권에서는 이 방식이 '차선'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요구에 대해 도교육청은 “눈 앞의 문제 해결을 위해 신중한 논의없이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칙에 따라 배정된 결과를 학생 교환이나 정원조정 등으로 바꿀 경우 평준화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기피학교에 대한 지원확대와 설득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방침이지만 학부모들의 분노는 이미 설득당할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이 풀 수 없다면 정부차원에서라도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진지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 [인터뷰] 조성윤 도교육감
조성윤 경기도교육감은 16일 고교 재배정 사태와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지만 사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시민단체들이 교육감의 거취표명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거취를 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민선 교육감으로서 사태를 잘 해결하고 경기교육을 이끌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에 대한 대책은.
“재배정 발표와 함께 대상학생들에게 재배정 배경을 설명토록 일선 학교에 지시했습니다. 배정통지서와 교육감 사과문을 함께 학생들에게 보냈습니다.”
-재배정 대상지역이 아닌 부천의 덕산고 배정 학생들의 반발에 대한 대책은.
“중학교 건물에서 더부살이 수업을 하게 되지만 학교건물 구조상 학교생활에 불편은 없습니다. 덕산고에는 부천에서 가장 유능한 교장을 이미 발령냈으며 능력있는 교감과 교사를 배치할 계획입니다.”
-업체선정과 관련해 덤핑낙찰 등 잡음이 있는데.
“경쟁입찰을 했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낙찰됐으므로 입찰과정의 부정은 의심하지 않습니다.”
-전산오류에 대해 인위적인 조작의혹이 있는데.
“인위적인 조작은 근거도 없고 소재도 없는 가당치 않은 얘깁니다.”

◆ [인터뷰] 김용주 학부모대표
“목이 다 쉰 학부모들을 보세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뭐든 못하겠습니까?” 평준화지역 재배정결과에 반발해 17일 경기도교육청 별관 강당에서 이틀째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는 수원·안양·성남·고양지역 학부모 대표 김용주(46·공인중개사·성남시 상대원동)씨는 재배정결과의 전면 백지화를 강력히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근거리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은 재배정을 학사일정을 핑계로 강행하려는 교육청이 아이들을 두번씩 죽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부모들은 명문학교에 아이를 배정해 달라는 것이 아니고 근거리 통학이 가능한 학교면 만족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딸 김나영양은 지난 16일 대원여중을 졸업했으나 인근 성일여고와 성남여고가 아닌 대중교통편조차 변변치 않은 18순위인 효성고에 1차·2차 재배정이 됐다.
김 대표는 “재배정표 반납에 이어 18일 예정인 예비소집에 불응할 것이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삭발, 단식, 행정소송제기등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학사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