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자녀를 떠나보낸 유족들도 4일 투표에 참여해 소중한 한 표의 권리를 행사했다.
특히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은 희생된 딸의 영정을 들고 투표소를 찾았다.
이날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3동 제6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유 대변인은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금만 더 있으면 투표할 수 있다고, 얼른 스무살 돼서 투표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결국 이렇게 투표장에 가게 되었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글과 함께 딸의 영정을 들고 투표소 앞에서 찍은 인증사진도 올렸다.
그의 글에는 '힘내세요', '저도 꼭 투표하겠습니다'며 유 대변인을 응원하는 2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다른 유족들도 매일 아침 합동분향소로 향했지만 이날만큼은 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투표를 마치고 합동분향소 가족대책위 텐트로 속속 도착한 유족들은 서로에게 '투표는 하고 왔느냐'며 안부를 물었다.
일부 유족들은 '다 무슨 소용이냐'며 다소 회의적인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뽑히게 될 후보들이 안산시를 위해 힘써주길 기대했다.
사고로 첫째딸을 잃은 고모(50)씨는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일찍 다녀왔다"며 "무엇보다 유족들의 사정을 잘 파악하고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또다른 유족은 "하나뿐인 아들을 생각하며 착잡한 심정으로 투표하고 왔다"며 "우리 아이가 왜 이런 사고를 당했어야 했는지, 그 답답한 부모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되길 바랄 뿐이다"고 심정을 전했다.
김병권 대책위 대표는 이날 "오늘 투표할 때 마음가짐은 그전과는 많이 달랐다"며 "투명하고 중심을 지킬 수 있는 사람, 사고 진상조사와 안산시민은 물론 실종자 가족에 대한 신경을 끝까지 써줄 사람을 뽑았다"고 말했다.
한편 단원고를 투표소로 활용해 온 안산시와 단원구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에는 참사 피해학교임을 감안, 인근의 안산유치원으로 투표소를 변경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