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 속에 선거 치른 안산
투표소 시민 '무거운 표정'
단원고 희생학생 유가족
"딸, 투표하고 싶어했는데"
영정사진과 함께 찾기도
"희생된 우리 아이들,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후보를 뽑으려면 투표해야죠."
4일 오후 4시께 안산시 단원구 고잔1동의 안산유치원 4투표소. 투표장 인근에는 '돌아오라' '미안하다'고 적힌 노란 리본들이 간간이 매여 있었다.
SNS를 통해 투표인증샷을 올리는 등 축제처럼 선거를 즐기는 다른 지역과 달리, 안산의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은 모두 무거운 표정으로 조용히 투표장을 오갔다.
특히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가장 많은 고잔동의 경우 매번 선거때마다 단원고가 투표소였지만, 올해 안산유치원과 단원중으로 변경됐다.
투표소에서 만난 조성철(45)씨는 "주변에서 정치는 꼴보기도 싫다며 투표를 안하겠다는 사람들도 많다"며 "하지만 투표를 통해 이번 정권에 경각심을 꼭 주고 싶어 투표에 나섰다"고 말했다.
네살배기 아들과 손잡고 투표소에 나온 김진희(35·여)씨는 "세월호의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돼선 안된다"며 "절대 잊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투표에 나섰고 이 한 표가 비극을 막는데 사용되면 좋겠다"고 차분히 말했다.
단원고 희생학생들의 학부모들도 슬픔속에서도 투표에 참여했다.
고(故)유예은양의 아버지인 유경근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투표사실을 알렸다. 딸의 영정사진을 들고 투표소를 찾은 유씨는 "예은이가 얼른 스무살이 돼서 투표하고 싶다고 했는데…"라며 "결국 이렇게 예은이와 함께 투표장에 오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다른 유가족들도 조용히 투표에 참여했다. 가족들은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자녀들을 위해 반드시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권오현 유가족대책위 총무는 "우리 유가족들은 여야를 떠나 우리 아이들을 위해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며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대변해줄 수 있는 사람을 선출하기 위해 신중하게 투표했다"고 설명했다.
/이재규·공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