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소에서 캠프 관계자들과 6ㆍ4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에게 패배하면서 당분간 정치적 시련기를 맞게 됐다.

정몽준 후보는 국회의원직까지 버리며 대권 교두보로 통하는 서울시장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만큼 그 후유증은 예상보다 클 전망이다. 

특히 선거 승리시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은 일단 서랍에 넣어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몽준 후보는 출마 의사를 나타냈던 올해 초 90%가 넘는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일부 여론조사에서 현직 시장 박원순 후보를 넘어서는 지지율을 보이며 서울시를 '탈환'할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다.

또 당내 경선 초반부터 친박(친박근혜)계의 물밑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크게 앞서며 이른바 승산 있는 후보에게 쏠리는 '밴드왜건' 효과까지 나타나 결국 경선에서 압승했다.

세월호 참사는 여권에 악재였을 뿐 아니라 도전자인 정 후보에게는 더욱 치명적이었다. 또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정몽준 후보 막내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은 정몽준 후보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당시 정몽준 의원의 막내아들 예선 씨는 지난 4월 '페이스북'을 통해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도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다른 국가 사례랑 달리 우리나라 국민은 대통령이 가서 최대한 수색 노력을 하겠다는데도 소리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한테 물세례 한다"면서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한데 대통령만 신적인 존재가 돼서 국민의 모든 니즈(요구)를 충족시키길 기대하는 게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 건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고 덧붙여 논란을 빚었다. 아들의 이같은 발언으로 정몽준 후보는 직접 대국민사과에 나서야 했다.

▲ 6ㆍ4 지방선거 서울시장에 출마해 낙선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5일 새벽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소에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몽준 의원은 네거티브라는 비판까지 받으며 감사원 감사 결과를 근거삼아 학교 '농약급식' 논란, 박원순 후보 부인의 채무 의혹, 지하철 공기질 문제 등을 거론하며 총공세를 펼쳤으나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몽준 후보는 심지어 텃밭인 강남에서조차 박원순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몽준 후보는 7선의 국회의원직을 내던진 데다 특별한 당직도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장을 탈환했다면 단박에 여권내 '0순위' 대권반열에 올랐겠지만 이제는 정치 생명이 끊어질 위기조차 우려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정몽준 후보는 여전히 여권 내 유력한 대권 주자군에 포함돼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선 비록 선거에서 졌지만 워낙 좋지 않은 여건 속에서 그나마 정몽준 후보가 나와 이 정도로 선전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더욱이 지방선거의 승패는 해당 지역의 정당 지지율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게 통설인데 야당 지지율이 높아 지난 대선에서도 졌던 서울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할 만큼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일반 유권자와 더불어 당원들 사이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았던 만큼 향후 차기 대선 경선에서도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당장은 '시련기'를 거쳐야겠지만 앞으로 재·보선과 총선 등 굵직한 정치 일정에서 대중성을 앞세워 존재감을 과시한 뒤 대권으로 직행하는 것도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것이 일부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