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이면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현수를 보며 현수의 어머니는 불안하기만 하다. 지난해 1학년 내내 선생님으로부터 '주의가 산만하다'는 얘기를 들은데다 툭하면 충동적으로 아이들과 싸우거나 물건을 잃어버리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교에 가는 길에 몇번이나 차에 치일 뻔 해서 현수 어머니는 도무지 아이를 학교에 보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처럼 아이들이 한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고 주의가 산만하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자주 한다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ADHD는 병적인 산만함과 충동적인 행동, 과잉행동 등을 나타내는 일종의 정신과 질환으로 전체 아동의 3%에서 많게는 20%가 겪는 것으로 추산되는 매우 흔한 질환이다. 아동기에 국한되지 않고 약 절반의 경우에서 일생동안 지속이 되기 때문에 이후 사회생활에도 많은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은 흔히 사소한 실수를 자주 하고, 학습이나 놀이를 수행하는데 집중하지 못하며, 다른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중요한 일들을 자주 잊고, 내내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말이 지나치게 많고, 높은 곳에 자주 올라가며, 끝까지 듣지 않고 동떨어진 대답을 하며, 자신의 차례를 끝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증상들을 보인다. 증상은 아이들마다 차이가 많이 나는데 약 30%의 ADHD 아동은 과잉행동의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들의 이런 증상을 단순한 성격이나 양육문제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ADHD 아이를 가진 부모중 많은 수가 양육이 잘못된 것으로 생각해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또 학교에서의 잘못된 교육이나 지나친 TV시청, 음식 섭취의 문제 등으로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ADHD의 진단은 진단지표에 해당하는 증상이 만 7세 이전에 시작돼 최소한 6개월 이상 지속돼야 하며 아이의 발달수준에 비해 적응능력에 장애가 드러날때 내려진다. 많이 사용되는 진단법은 미국 정신과학회가 제정한 'DSM-Ⅳ' 또는 국제질병분류에 의한 'ICD-10' 등이다.
ADHD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유전적인 경향이 많이 있고 뇌의 특정 부위에서 신경전달물질의 활동에 장애가 생겨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치료는 약물요법으로 항우울제나 정신각성제를 많이 사용하며 새로운 치료제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약물은 일시적인 성장장애나 두통, 식욕저하 등이 보고되고 있지만 큰 문제가 없는 편이다. 약물치료와 더불어 행동치료나 인지치료 등도 일부의 ADHD 아동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도움말 인하대병원 정신과 이정섭 교수(032)890-38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