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당선인이 5일 오전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6·4 지방선거는 당초 예상대로 '앵그리맘'의 표심, 세대별 투표 대결, '숨은 표'의 향배, 통합진보당 후보들의 막판 줄사퇴 등이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이번 선거의 최대 이변인 진보 교육감 약진의 배경에는 20∼40대 여성 유권자들의 '몰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제기된다.

17개 시·도교육청 중 무려 13곳에서 진보 성향 후보가 당선된 것은 경쟁과 효율성 위주의 보수적 교육 노선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발 덕분이라는 진단이다.

정치평론가 유용화씨는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희생을 보면서 우리 교육의 고질적 문제인 부의 편중에 따른 교육의 대물림에 대해 30∼40대 '앵그리맘'이 경쟁력보다는 인성과 적성을 중시하는 균등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면서 "세월호 참사로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상파 방송 3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밀워드브라운미디어리서치, 리서치앤리서치, TNS와 함께 진행한 지방선거 출구조사를 분석한 결과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인에게 가장 많은 표를 던진 계층은 30대 여성(61.2%)이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광역단체장 선거도 앵그리맘의 표심이 야당 후보들에게 큰 힘을 보탠 것으로 나타났다.

출구조사 분석 결과 15%포인트 이내의 격차로 당선자가 갈린 8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서울, 인천, 경기, 강원, 충북, 충남 등 6곳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이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계층은 30대 여성이었다. 나머지 2곳(부산, 대전)도 20대 여성에 이어 30대 여성이 두 번째로 높은 야당 지지율을 보였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같은 또래 자녀를 둔 40대 여성 학부모가 앵그리맘이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실제로는 어린 자녀를 둔 30대 여성과 희생자들의 누나, 언니뻘인 20대 여성의 분노가 더욱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새정치연합이 최대 승부처인 서울에서 완승을 거두고,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와 부산에서 선전을 펼친 것도 앵그리맘의 지원사격 덕분이다.

세대간 표대결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도 이번 선거의 큰 특징이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새정치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 김진표 경기지사 후보가 30대 이하 유권자로부터 각각 72.4%, 65.4%, 69.0%의 높은 지지를 받은 반면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는 60대 이상으로부터 각각 76.5%, 77.7%, 77.6%의 압도적인 득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자신의 지지성향을 드러내지 않았던 '숨은 표'가 주로 새누리당을 지지한 것이 여야의 균형을 맞추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새누리당이 충청권 전패로 고전하는 상황에서도 경기와 인천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이런 숨은 표의 결집 덕분이라는 것이다.

물론 선거 막판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달라'면서 이른바 '박근혜 마케팅'에 호소한 전략이 주효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박빙의 접전지였던 경기와 부산의 통합진보당 후보 줄사퇴는 새누리당 후보들의 승리로 귀결돼 결과적으로 야권에 도움을 주지 못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진보당 후보들의 사퇴가 새누리당에 '종북연대'라는 공세의 빌미를 준 것이 중도·보수 성향 지지층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이날 "막판 통합진보당 후보들의 사퇴에 따른 '색깔론'이 우리로서는 제로섬 이상의 마이너스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고창권 부산시장 후보와 백현종 경기지사 후보가 사전투표 전후에야 물러났다는 점에서 만약 사퇴 시점이 빨랐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추론도 있다.

경기와 부산의 무효표가 각각 14만9천여표, 5만4천여표로 전체 광역시·도 중 1,2위를 차지했다는 것이 그 근거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들 후보의 이름이 기재된 투표용지를 인쇄했기 때문에, 해당 후보들의 지지표가 무효 처리됐을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