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아버지께 꾸중을 듣고 밥을 먹었거나 시험 때문에 불안한 날이면 어김없이 소화가 안돼 속이 불편하고 가슴이 아팠던 기억을 가진 사람이 많다. 또 이유없이 소화가 안돼 바늘로 손가락 끝을 따던 기억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먹기만 하면 소화가 잘 안되고 가슴 한 가운데에 음식이 걸린 것 같아 불쾌하고 속이 더부룩하고 때로는 음식을 먹지 않았는데도 명치 끝부분이 견딜 수 없이 아프고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 같은데 여러 검사에서도 그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신경성 위염'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신경성 위염은 여자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 평소에는 별 증상이 없다가도 갑자기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흥분된 상태에서 식사를 하면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면서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를 해서 증상이 개선되었다고 해도 완전히 나았다고 안심할 수 없다. 같은 상황이 닥치면 또 다시 재발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신경성 위염'은 위염이나 위궤양 같은 위장병과는 다르다. 다른 소화기 질환들은 위를 헐게 하고 심하면 구멍까지 뚫지만 신경성 위염은 염증이나 궤양 증상이 없기 때문에 오랫동안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신경을 쓰면 왜 더 아플까? '밥은 굶어도 속이 편해야 산다'는 말이 있다. 속이 편하다는 말에는 위가 신경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뜻이 들어 있다. 여기서 신경이란 자율 신경을 말하는데, 자율신경은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즉 위는 사람의 얼굴과 같아서 얼굴을 찡그리고 슬픔과 근심이 많으면 자율신경이 위를 압박해 위가 운동을 하지 않으며 위산 분비도 줄어든다. 때문에 불안하고 신경과민이 있다거나 우울증 등의 증상이 있는 사람은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위가 쉽게 늘어나며 심한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신경성 위염은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진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아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 내는게 바람직하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고 긍정적으로 사고하며 수영이나 조깅 걷기 같은 땀을 흘리는 운동이나 요가 등으로 슬기롭게 해소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보는 것이 증상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길이다.
물론 소화불량의 원인이 모두 신경성 요인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궤양, 암, 담석증이나 신체기능의 장애, 심장 질환까지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신경성이라 자가 진단하여 치료시기를 놓치는 오류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 방법을 선택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