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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
관련된 비밀들
유권자들에 쉽게 설명하고
결과 보도는 누굴 지지하는가가
아닌 어떤 정책을 지지하는가로
달라질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결과, 여야는 어느 쪽이 이겼다고 말하기 아리송한 상황에 난감해하고 있다. 냉정한 민심은 세월호 사태 책임이 있는 쪽도 세월호 사태 책임이 있는 쪽을 비난하는 쪽도 지지하지 않았다. 선거 전 여론조사는 이 냉정한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수많은 여론조사 전문가들과 기자들은 왜 이 냉정한 민심을 여론조사로 파악하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여론조사 결과 보도 과정에 숨겨진 비밀들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첫 번째 비밀은 무응답층 보도와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여론조사 지역별 무응답층 결과를 보도하지 않았고, 보도한 경우도 그 의미를 유권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언론은 무응답층 비율이 높아 여론조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왜 박빙인지, 왜 예측하기 어려운지 무응답 비율을 통계자료에 근거해 보도했어야 했다. 그러나 언론은 통계적 자료에 근거한 보도 대신 세월호 사태 책임 운운하며 막연히 보수층표가 숨었다는 주장만 보도했다.
두 번째 비밀은 응답률 보도와 관련이 있다. 여론조사 결과 보도에서 간과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는 응답률 해석이다. 응답률이란 여론조사에서 여론조사 질문에 대해 응답하는 사람의 비율로 응답률 10%는 100명에 대한 조사에서 10명의 답변만 여론조사 결과에 포함됐다는 뜻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응답률 자체가 아니라 전체 조사 대상이 몇 명인데 그 중 몇 명이 답했는가이다. 그러나 어떠한 보도도 그 지역 전체 숫자 대비 조사 대상 숫자와 이에 근거한 응답률을 보도한 경우는 거의 없고 이 응답률 자체가 20%를 넘는 여론조사가 거의 없었다.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보도는 낮은 응답률과 표본 부족이 조사 결과의 통계적 유의미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해야 한다. 조사기관과 언론사들은 선거법 제108조 ④항에서 표집오차 비율과 함께 응답률을 꼭 표기하도록 하고 있으니 이를 밝힐 뿐 이것이 왜 중요한지 유권자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다.
세 번째 비밀은 가중치 적용 보도와 관련이 있다. 여론조사 결과 보도 때마다 언론은 연령별, 세대별 이슈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선거 결과를 보면 그러한 분석이 통계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문제는 여론조사시 각각의 연령층들이 통계청 자료 비율처럼 여론조사에 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기관들은 응답자 수에 적당한 가중치를 곱해서 연령별 응답률을 산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언론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 조사 결과가 아니라 가중치가 곱해진 결과라는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이 효율적 여론조사 결과 분석과 통계 수치 산출의 필요성에 의해 가중치를 활용해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했다면 언론은 이러한 사실을 유권자에게 알려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할 보도 윤리적 책임이 있다. 특히 연령별 가중치 비율을 꼭 밝히고 이로 인한 여론 조사 결과의 타당성이 오차 범위 내에서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 그러나 언론사들은 이러한 내용이 선거법 제108조 ④항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해서 밝히지 않고 비밀로 간직하고 있다.
6·4 지방선거는 끝났다. 그러나 7·30 재보선이 시작된다. 또 다시 여론조사 결과 보도가 있을 것이고 많은 설왕설래가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이 좀 더 객관적이고 냉정해지기 바란다.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보도가 중요한 이유는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이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언론은 무응답층, 응답률, 가중치와 관련된 비밀들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쉽게 설명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여론조사 결과 보도는 누구를 지지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정책을 지지하는가로 달라질 필요가 있다. 언론에서는 흔히 정책 선거가 실종됐다고 정치권을 비판하지만 사실은 언론이 후보자 중심 여론조사 결과 보도로 인해 정책 선거를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7·30 재보선에서는 모든 언론이 냉정한 민심을 좀 더 신중하게 분석해 보도하기 바란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