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가 우리나라 농경문화의 발상지인 흔암리 선사유적지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와 국가지정문화재 지정(경인일보 4월1일자 21면 보도)을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사업 검토과정에서 각종 난관에 부딪히면서 시측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들 문제는 여주시가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아, 경기도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여주시는 동방문화재연구원 및 서울대학교박물관에 의뢰했던 '여주 흔암리 선사유적 정비 기본계획 수립용역'에 대해 지난달 30일 최종보고회를 개최, 흔암리 선사유적지 정비를 위한 기본적인 방향 설정을 마쳤다.

시는 우선 추가 발굴조사를 진행해 유적지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발굴결과를 통해 국가지정문화재(사적) 지정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유적지를 수도권을 대표하는 선사유적지로 조성해 역사교육 및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한반도에서 쌀농사가 처음 시작된 곳이란 점을 부각해 여주쌀의 역사와 가치를 크게 높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현장 일대를 둘러본 결과,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속속 제기되면서 시측이 난감해 하고 있다.

가장 먼저 드러난 문제는 지난 수십년간 방치된 유적지 일대의 상태다. 유적지는 1972~1978년 발굴조사를 진행한 후 흙으로 덮었으며, 이후 30여년간 별다른 관리 없이 방치해 왔다.

이때문에 유적지 일대는 20~30년된 관목들이 우거져 산림을 훼손하지 않고는 발굴이 어려운 상황이다. 나무를 캐내는 과정에서 자칫 유적지 훼손도 우려돼 시측이 해결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유적지 일대 주민과 토지 소유자들의 반발도 고민거리다. 문화재보호구역에 포함되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반발이 우려된다.

유적지가 추가 발굴을 거쳐 국가사적으로 지정되면 유적지 자체의 범위도 크게 넓어질 뿐 아니라, 문화재보호구역 범위도 현재(경기도기념물 제155호 지정)의 경계로부터 300m에서 500m로 늘어난다. 유적지 일대는 대부분 사유지이고, 유적지 인근 흔암리 마을은 70여세대 15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형차량이 접근하기 힘든 유적지 일대 도로도 문제로 떠올랐다. 흔암리 유적지 및 마을로 통하는 도로는 약 1㎞ 떨어진 지점에서 2차선 포장도로가 끝나고 좁아져, 소형 차량이 편도로만 오갈 수 있는 마을길로 조성돼 있다.

이로인해 지금도 버스로 흔암리 유적지를 찾아오는 관람객들이 진입을 못해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여주시 관계자는 "흔암리 유적지 정비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여주시와 경기도,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 및 문제해결 노력이다"며 "최근 국가사적 지정을 받아낸 제주 용담동 유적이나 양주 대모산성 등을 교훈삼아, 주민·여주시·경기도가 한마음이 돼 발굴 및 사적지정 준비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주/박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