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신임 총리 후보자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지명한 것은 무엇보다 '검증 통과'에 가장 큰 무게를 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새정부 출범 당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에 이어 세월호 참사로 흔들리는 민심을 다잡을 비장의 카드로 내세운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까지 검증의 벽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면서 박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정운영에 심대한 타격을 줬다는 '학습효과'로 이번에는 '안전한 카드'를 선택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더 이상의 검증 실패는 있을 수 없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고 한다. 

총리 인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전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총리 후보 지명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기존 후보자들 다수가 검증이문제가 됐다. 무조건 검증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 것도 검증이 총리 후보자 지명의 최우선 요인이었음을 뒷받침한다.

결국 그동안 언론에 거론되던 유력 후보군에 전혀 포함되지 않던 문 전 주필이 후보자로 지명된 것은, 후보군에 이름이 거론되던 인사들 중 다수가 검증 과정에서 '결격 사유'가 발생하면서 박 대통령이 '제3의 인물'로 눈을 돌린 결과로 해석된다.

외견상 관료와 법조인 출신에게 크게 의존했던 기존의 인재풀에서 탈피한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언론인 출신으로 정치인이나 법조인 출신 인사들보다는 재산형성 등 각종 도덕적 덕목에서 문제의 소지가 적을 것으로 판단한 점도 인재풀 외연확장의 이유로 꼽힌다.

다만 김대중 정부 시절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사장이 총리로 지명됐다가 국회 인준 과정에서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휘말리면서 사퇴한 적이 있어 청와대가이번 검증 과정에서 얼마나 꼼꼼하게 문 후보자를 들여다봤는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또 문 후보자가 언론인 또는 교수로만 활동했을 뿐 행정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기존 국가운영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는 중차대한 시기에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로서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당장 야당에서는 "매우 보수적인 논객으로서 행정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을 어떻게 뛰어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군요"(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트위터),"인사청문회 통과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는 생각은 드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생소한 분이 아닌가 싶다"(핵심당직자)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문창극 카드를 뽑은 또 다른 배경으로는 박 대통령이 후임 총리의 '소임'으로 거론한 적폐 해소 및 공직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인사라는 점이 거론된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인선을 발표하면서 "강직한 언론인으로 냉철한 비판의식과 합리적 대안을 통해 우리 사회에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온 분"이라며 "뛰어난 통찰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공직사회 개혁과 비정상의 정상화 등의 국정과제들을 제대로 추진해 나갈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자가 특히 우리사회의 대표적 기득권층으로 여겨지는 관료나 정치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해관계를 초월해 관피아(관료+마피아)로 대변되는 공직개혁이나 적폐 해소를 추진력있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다만 문 후보자에 대해 진보진영에서는 우파 인사라는 평가가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은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에 대해 얼마나 과감한 '메스'를 들이댈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트위터에 "총리후보에 문창극 전 주필? 국정원장후보 이병기 전 대사? 극우 꼴통 세상이 열립니다"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회의적인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충청(충북 청주) 출신인 문 후보자를 총리 후보에 지명함으로써 지역배려라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안대희 총리 후보 지명 당시 입법-사법-행정부 수장이 PK(부산.경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지역편중 논란이 일었던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6·4 지방선거에서 충청 지역 4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전패하면서 자칫 향후 정치지형도에서 중원을 잃을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컸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새누리당이 문 후보자 지명에 대해 "화합형 총리가 되길 기대한다"면서 기대감을 표시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