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리, 집권당 의회 과반 못얻자 연립정부 구성
성향 다른 당끼리 '대연정' 성공땐 지방자치 개선 기대
여당 지지자, 진보적 인사·정책 반감에 협의 난항 우려
전문가 "경기도의 시대정신·해결 과제 먼저 합의해야"
경기지역 정·관가에 '연정'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서로 등을 맞대왔던 여·야가 정책협의를 추진해 손을 잡겠다는 계획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한다.
독일정치를 모델로 한 연정 논의는 사실 수차례 정치권에서 논의돼 왔다. 하지만 승자독식의 한국 정치에서 당선자를 통해 이 같은 논의가 제안된 것은 유례가 없다.
게다가 선거에서 패배한 야당도 역제안을 통해 협의에 긍정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한국 정치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지 주목된다.
■ 독일식 연정은?
= 경기도발(發) 연정에서 거론된 독일식 연정은 행정분야의 일부를 야당에서 맡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당간 정책연대로 불필요한 정쟁을 줄이고 주민의 의사를 다각도로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독일은 집권당이 과반의석수를 차지하지 못할 경우 다른 정당과 연합해 정부를 꾸리는데, 보통 정치성향이 같은 정당끼리 연합하지만 성향이 완전 다른 정당과 연합하는 '대연정'이 이뤄지기도 한다.
실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13년 9월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집권 보수 연합인 기독교민주당(기민당)과 기독교사회당(기사당) 연합이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의회의 단독 과반에 4석이 모자라자 곧바로 연립정부 구성에 나섰다.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사민당)과의 대연정 협상은 연금제·재생에너지·세금 인상 및 재무장관 자리 등 주요 장관직 등을 두고 3개월간 이어졌다.
독일정치전문가인 김택환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는 "독일의 경우 중앙정부가 3번의 대연정을 성공시켰고, 지방정부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며 "경기도 연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기도의 시대정신이 무엇이냐, 경기도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이냐를 합의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독일식 대연정은 남 당선자의 장점이 고스란히 반영된 새로운 지방정부 모델로, 도에서 도입해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자치단체도 따르게 돼 우리나라 정치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남경필 연정카드 통했다?
= 남경필 당선자는 후보 시절부터 사회통합부지사를 야당 추천 인사에게 주는 '작은 연정'을 공약화했다.
또 국회의원 시절 싸움없는 민주 의회를 위해 '국회선진화법'을 주도했으며, 경기도에서도 싸움없는 정치가 구현돼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 왔다. 이 같은 연정 논의는 큰 틀의 정책적 협의를 이루자는 논의로까지 발전되면서, 국내 정치에서 유례없는 연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남경필 당선자의 승부수가 선거에서 도움이 됐다고 평가한다. 또 향후 도정 운영에서도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정이 성과를 이룰 경우, 여소야대 형국의 경기도의회도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이에 대한 법적 근거와 지원 방안을 마련해 줄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선거때 박빙의 싸움에서 작은 연정 공약은 중간층 유권자를 지지층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며 "선거 후에도 이 같은 적극적 연정 추진은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도 "향후 협의과정에서 연정 추진이 차질을 빚게 되면, 그 부담은 제안을 받은 야권이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선거에서 0.87%포인트 차로 어렵게 승리를 거둔 데 따른 부담감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 순탄치만은 않을 협의 과정, 위협요인은?
= 경기도 연정의 앞길은 순탄치만은 않다. 부지사 자리 제안에서 정책협의로까지 상황이 진척됐지만, 선거 당시 정책과 관련한 첨예한 대립처럼 서로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정책협의 과정에서 야당은 '생활임금조례' 등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책들을 수용하라고 남 당선자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또 보육교사 공무원화 등 다양한 복지예산 편성을 요구할 수도 있다. 또 야당 몫으로 지정된 사회통합부지사에 진보성향이 강한 인사가 추천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새정치민주연합측은 "공통의 의제설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새누리당 지지층도 이를 탐탁지 않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보수적 정책을 선호해 남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로선 당선자가 야권의 복지 정책 등을 수용할 경우 반발할 수 있는 것.
특히 생활임금조례는 김문수 지사가 '국가 사무'라며 재의를 요청했던 사안으로, 남 당선자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논란도 예상된다.
이에 정치전문가들은 향후 구성될 연정 논의기구가 경기도 현안을 객관적으로 추려내고, 분야별 역할 분담을 통해 권한을 실질적으로 분산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순기·김태성·강기정기자
남경필 도지사 당선자 제안 '독일식 연정'은
정책 연대 여야 정쟁 줄이고 주민의사 폭넓게 반영
입력 2014-06-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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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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