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석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김종준 행장은 이미 문책 경고를 받아 퇴진 압력에 시달리고 있어 내달 징계가 더해지면 자리보전이 힘들어질 전망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임직원도 줄징계가 예고된 가운데 서진원 신한은행장과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금융당국의 칼날을 피해갔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내달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하나은행 종합검사와 KT ENS 관련 부실 대출 및 불완전판매에 대해 제재를 한다.
하나은행 종합 검사 결과, 최고경영자의 책임까지 물을만한 내용은 없지만 KT ENS 관련 건은 김종준 행장까지 책임 소지가 있는 정황이 발견돼 적어도 주의적 경고 등 경징계가 예상된다.
금감원은 KT ENS 부실 대출 및 불완전 판매에 대한 검사를 2주전에 마친 뒤 이달 말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리려고 했으나, 김 행장 추가 제재 등 민감한 사안이 걸려있어 내달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KT의 소규모 자회사인 KT ENS의 협력업체에 1천600억원이 넘는 돈을 빌려줬다가 사기를 당했다. 이런 거액이 확인 절차 없이 대출된 데 대해선 하나은행 경영진도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 사기 사건으로 하나금융의 올해 1분기 순익이 1천9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1% 급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검사 결과에 대해 확인해줄 수는 없지만 KT ENS 관련 제재에서 하나은행의 경우 문제가 크기 때문에 김 행장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4월 17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김 행장이 당시 사장으로 있던 하나캐피탈의 저축은행 부당 지원과 관련해 문책 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은행 임원은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사실상 금융권에서 퇴출당하는 셈이다.
이후 금융당국은 김 행장의 제재 내역을 조기에 공개하면서 중징계에 따른 자진 사퇴를 우회적으로 압박했으나 김 행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내달 김 행장이 KT ENS 건으로 또다시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임에 따라 최고경영자로선 내부 통제에 적지 않는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금융사 최고경영자가 제재를 연달아 받고 자리를 유지하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징계와 경징계를 떠나 최고경영자가 제재를 연속으로 받는다는 것은 조직을 이끄는 데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 또한 이달 말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문책 경고 수준의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은 상태다. 김종준 행장의 향후 행보에 따라 이들도 같은 수준을 밟게 될 가능성이 있다.
4대 시중은행이 모두 제재를 받는 가운데 이순우 우리은행장과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제재 대상에서 빠졌다.
신한은행은 불법 계좌 조회로 제재를 받는다. 금감원은 정치인 계좌 불법 조회 혐의와 관련해 2010년 4월부터 9월까지 신한은행 경영감사부와 검사부가 조회한 150만건에 대한 전수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 내부 직원이 가족 계좌를 수백건씩 무단 조회한 사실이 적발됐다.
우리은행은 양재동 복합물류개발 프로젝트인 '파이시티 사업' 신탁상품 판매 과정에서 기초 서류 미비 등이 적발돼 징계를 받는다. 상품을 파는 과정에서 일부 기초 서류가 미흡해 고객의 오해를 가져올 소지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제재건은 모두 관련 담당자들을 문책할 예정으로 최고경영자가 책임질 일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