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전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본산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서 경찰 병력들이 이틀째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과 경찰의 체포작전이 이틀째 계속된 12일 금수원에는 성과없이 지루한 수색에 모두 헐렁해진 모습이 뚜렷했다.

긴장감 혹은 결기가 감돌던 하루 전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겸 청해진해운 회장을 포함한 수배자 검거에 동원된 일부 경찰관들 사이에서조차 "핵심 인물들이 금수원 안에 있다는 검찰 정보가 정말 맞긴 하는 것이냐"는 푸념마저 흘러나왔다.

이날 수색의 주요 목표는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의 신원확인과 핵심 체포 대상자들의 은신처 찾기였다.

하지만 성과도 없고 수색이 지루하게 진행되면서 수사관과 경찰 모두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날 한번씩 둘러본 시설물을 다시 일일이 살펴본 수색팀은 오후 금수원 내 건축물을 둘러싸고 있는 야산으로 이동했다.

소문으로만 무성한 땅굴의 존재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수색팀들은 야산 초입에서 이리저리 서성이거나 삼삼오오 모여 쉬기도 했다.

탐침봉을 들고 야산에 오른 수색팀도 형식적으로 땅을 찔러보는 게 다였다.

▲ 12일 오전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본산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서 검경이 지명수배자를 찾기 위해 금수원 내 신도들의 신분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경찰관들은 수색작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경기지방경찰청의 한 간부는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도 별다른 성과는 없을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단서를 제대로 가지고 있는 건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또 다른 경찰 간부도 "오늘은 어제 수색했던 곳을 정밀수색하는 식이었다"며 "계속 곳곳을 돌며 신도들을 검문검색하고 은신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시간낭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검경 수색작전에는 안성시 소속 불법건축물 점검팀도 동원됐다.

'안성시청'이라고 적힌 파란 조끼 입은 직원 20여 명은 검찰 수사관 2∼3명과 금수원 내 건축물을 살펴보며 돌아다녔다.

이들은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은 은신처로 추정되는 지하시설물을 수색했고, 나머지 한 팀은 금수원 내 불법건축물을 확인했다.

안성시 관계자는 "주변 야산에서 지하시설물을 찾고 있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며 "일부 확인된 불법건축물에 대해서는 원상복구를 명령하고 따르지 않을경우 행정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앞서 안성시는 실태조사를 통해 금수원 내 건축물 30개 동과 컨테이너 20여동 및 임시창고 10개 동 등 가설물, 전철객차 야적 등이 농지법이나 산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 12일 오전 검찰과 경찰이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본산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 이틀째 진입, 금수원 내부에 대한 수색을 진행하는 가운데 검경이 지명수배자를 찾기 위해 금수원 내 신도들의 신분증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수색이 진행되는 사이 구원파 신도 200여 명은 종일 대강당 주변에 모여 동요와 찬송가 등을 부르다가 구원파를 세운 고 권신찬 목사의 성경강의를 들으며 자리를 지켰다.

오전에는 구원파 신도들이 수색팀의 신분증 제시 요구에 항의하면서 한때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수색팀은 오전 9시 30분께 대강당 맞은 편 농산물건조장 앞에 모인 신도들에게 일일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신원을 확인해 체포 대상자인지 아닌지를 판별하기 위해서였다.

신도들은 "차라리 우리를 다 잡아가라"며 "검찰 조사 대상이면 얼굴 확인하고 와서 알아서 대조하면 되지 왜 우리가 협조해야 하느냐"며 반발했다.

한 신도는 "검찰분들 편하게 주무시라고 아예 침대라도 깔아줘야겠다. 경찰과 신도들이 땡볕에서 고생하는데 검찰은 낮잠을 즐기고 있다"며 전날 있었던 인천지검 일부 수사관들의 낮잠 물의를 비꼬기도 했다.

결국 신도들이 협조하면서 신분확인 작업은 1시간여 만에 끝났지만 수배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한편 이날 수색에는 40개 기동중대 경찰관 3천600여명과 검찰 수사관 수십명이 투입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