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신임 총리로 내정한 문창극 후보자의 과거 발언을 놓고, 개각을 앞둔 청와대를 비롯한 집권여당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든지, '일본에 위안부 문제 사과받을 필요없다'는 등의 역사인식에 대해 동의하는 국민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여기에 새누리당 초선 의원 6명이 문 후보자의 용퇴론을 제기하고 나서 파장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 '좌불안석'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문 후보자의 발언으로 인해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총리 후보 신분에서 낙마하는 초유의 인사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과 위기감에 봉착해 있다.

이에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려는 친박 주류는 문 후보자의 직접 해명을 듣고 업무 능력을 파악하기 전까지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우리가 좀 잘해 보자, 앞으로 미래 지향적으로 우리 민족이 더 잘하자'는 뜻이 아니었을까 싶다"며 "악의를 갖고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차기 당권 도전에 나선 서청원 의원도 "영광, 고난 모든 것을 하나님에게 귀납시키는 게 신앙 간증 아니겠느냐"며 "좀 시간을 주고 청문회에서 따져보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세월호 참사로 악화된 민심 수습을 위해서라도 용퇴할 것을 촉구했다.

청와대는 당초 박 대통령의 다음주 중앙아시아 순방에 앞서 12일 개각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그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다.

■ 초선 6명 자진사퇴 촉구, 김기춘 책임론도 거론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 등 초선의원 6명은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조기 진화에 실패할 경우 집권 여당의 내홍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은 "무릇 국무총리와 같은 국가 지도자급의 반열에 오르려면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확고한 역사관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며 "문 후보자의 역사관은 본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문 후보자의 즉각적이고 용기있는 자진사퇴만이 더 큰 정치·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막는 최선의 길"이라며 "새누리당 지도부는 문 후보자의 적격성에 대해 냉철히 판단하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약속한 대로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인사검증에 실패한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이고 대대적인 손질도 강력히 요구한다"면서 "국민에게 희망이 아닌, 걱정과 우려를 안겨주는 인사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종·송수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