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개최에 반대하는 브라질 시위대가 12일(현지시간) 벨로 오리존치의 중심가에서 경찰차를 밀어 넘어뜨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브라질 대표팀이 12일(현지시간) 개막전에서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화끈한 역전승을 거두자 브라질은 전국이 축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개막전이 열린 코린치앙스 경기장이 있는 이타케라 지역 주민들은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이날의 승리를 자축했다. 이 때문에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상파울루 시내로 빠지는 도로는 차량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대혼잡이 빚어졌다.

주민들은 브라질 국기를 흔들며 "엑사 캄페앙(hexa campeao)"을 외쳤고, 흥겨운 삼바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어대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엑사 캄페앙'은 포르투갈어로 여섯 번째 우승을 의미한다.

상파울루 시내 역시 밤늦도록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브라질 국기를 내건 채 도로를 달리는 차량에서는 떠들썩한 음악이 흘러나왔고 도로변의 음식점과 술집에 모인 주민들은 축구 얘기로 꽃을 피웠다.

일간지 폴랴 데 상파울루를 비롯한 주요 언론은 웹사이트를 통해 "질식할 것 같은 경기였다"며 브라질의 짜릿한 역전승 과정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언론은 브라질이 크로아티아에 선제골을 내주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으나 네이마르와 오스카의 골로 대반전을 이루면서 월드컵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개막전에 앞서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월드컵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상파울루에서는 붉은 깃발을 든 50여 명의 시위대가 코린치앙스 경기장으로 향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는 월드컵 개최에 들어간 11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교육과 국민건강, 주택난 및 교통난 해소 등에 투자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시위 과정에서 최소한 11명이 부상했으며 현장을 취재하던 CNN 방송 직원도 팔에 골절상을 당했다.

시위 때문에 일부 지하철역이 한동안 폐쇄됐다가 경찰의 통제로 정상을 되찾기도 했다.

남부 포르투알레그리에서는 1천여 명이 시위에 참가했으며, 일부 과격 시위대는 은행 지점과 공공시설물을 공격했다. 진압에 나선 경찰은 10여 명을 체포했다.

이밖에 리우데자네이루와 포르탈레자, 벨루오리존치 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져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했다.

리우에서는 갈레앙 국제선과 국내선 공항의 근로자들이 이날 하루 동안 2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앞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전날 과격·폭력적인 시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호세프 대통령은 "누구나 합법적인 방법으로 시위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시위 과정에서 벌어지는 '반달리즘'(문화파괴) 행위에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