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축구 국가대표 이케르 카시야스(33·레알 마드리드)가 체면을 구겼다.

14일(한국시간) 카시야스는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폰치노바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축구대회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네덜란드에 5골을 헌납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433분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던 카시야스의 대기록 작성도 자연스럽게 물 건너갔다.

카시야스가 마지막으로 실점한 것은 4년 전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2분 칠레의 로드리고 미야르(아틀라스)에게 내준 골이었다.

카시야스는 이번 월드컵에서 한 경기만 무실점으로 막으면 월터 젱가(이탈리아)가 1990년 이탈리아대회에서 세운 이 부문 기록인 517분을 깰 수 있었다.

그러나 전반 44분 로빈 판페르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이 들어가면서 카시야스의  무실점 기록은 477분에서 중단됐다. 젱가의 기록에는 40분이나 모자라는 기록이다.

특히 카시야스는 이날 내용도 좋지 못했다.

네 번째, 다섯 번째 골은 카시야스로선 그야말로 대굴욕이었다.

1-3으로 뒤진 후반 27분 카시야스는 수비수에게 공을 넘겨받다가 어설프게 처리해 골문으로 쇄도하던 판페르시에게 볼을 빼앗겨 자책골이나 다름없는 골을 내주고 말았다.

8분 뒤에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하프라인 근처에서부터 홀로 볼을 몰고 페널티 박스까지 침투한 아리언 로번(바이에른 뮌헨)에게 완전히 속임을 당하는 바람에 넘어져 골문을 그대로 열어줘 추가 실점했다.

나이를 고려할 때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큰 카시야스가 남은 경기에서 자존심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2008년과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우승을 휩쓴스페인은 브라질 월드컵 첫 판에서 1-5로 대패하며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