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죽음의 D조 첫경기 승리. 이탈리아의 피르로가 15일(한국시간) 브라질 마나우스의 아마조니아 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D조 이탈리아와 잉글랜드의 경기에서 2-1 승리 후 박수를 치고 있다. /AP=연합뉴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35살 노장 미드필더 안드레아 피를로(유벤투스)의 패스는 어느 젊은 선수보다도 날카로웠다. 

피를로는 15일(한국시간) 브라질 마나우스의 아마조니아 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조별리그 죽읨의 D조 1차전에서 넓은 시야와 예리한 패스, 슈팅 등 전방위로 능력을 과시하며 2-1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전반 35분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가 터뜨린 중거리 선제골의 뒤에는 피를로의 빠른 판단이 숨어 있었다. 

오른쪽에서 마르코 베라티(파리 생제르맹)가 내준 패스를 향해 수비수 한 명을 달고 달리던 피를로는 공을 차는 척 하면서 그대로 통과시켰다. 

피를로의 움직임에 집중하던 잉글랜드 수비진 사이에 틈이 벌어졌고, 그 사이로 마르키시오가 첫 골을 터뜨렸다. 슈팅보다 빛난 센스였다. 

또한 전반전에 잉글랜드 수비진 사이로 찔러넣은 피를로의 패스는 예약이라도 한 것처럼 상대 골키퍼 바로 앞에서 최전방 공격수 마리오 발로텔리(AC밀란)의 발에 도착했다.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왼쪽 측면으로 돌아간 발로텔리는 예측하기 어려운 로빙슛으로 잉글랜드의 가슴을 또 한 번 철렁하게 만들었다. 

넓은 시야와 판단력, 패스를 두루 과시한 피를로는 후반 추가시간에는 강한 슈팅까지 선보였다. 왼쪽에서 프리킥에 나선 피를로의 강한 슛은 골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잉글랜드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렸다. 

이날의 '맨 오브 매치'는 결승골을 터뜨린 발로텔리에게 돌아갔지만, 경기를 지배한 것은 단연 피를로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기 후 공식 리포트에 따르면 피를로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은 112차례의 패스를 시도, 103차례 동료 선수에게 정확히 연결해 92%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전반에는 69차례 패스를 시도해 성공률은 96%에 이르렀다. 

한편 피를로는 미드필드의 후방에 자리잡고 경기의 흐름을 살피다가 예리한 패스를 길게 찔러넣는 '딥 라잉 미드필더'의 상징과 같은 선수로, 지난 몇 년간 이탈리아의 '영광의 순간'에 함께 했다. 

피를로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을 경험했고, 2년 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에서도 준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피를로는 똑같이 잉글랜드와 맞붙은 유로 2012 8강전 승부차기에서 1-2로 뒤진 상황에 상대 골키퍼를 농락하듯 '파넨카'(Panenka Chip)칩으로 골을 성공시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