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재난 등 있었지만…
6·4 선거 유권자,
널뛰기·묻지마 투표 안해
권력 나눠주기 지혜로워졌다
여야 모두 다시 뛸 명분 얻어
지방정치 회생조짐 지켜보자


이번 6·4 지방선거도 여전히 중앙정치 이슈에 발목이 잡혀 치러졌다. 세월호 재난으로 인해 지방선거가 박근혜정부 심판론으로 이어진 이유도 크다. 20년이 넘은 부활의 지방자치도 성년이 되긴 멀었다. 그래도 한줄기 희망은 있다. 유권자들이 '널뛰기 투표', '묻지마 투표'를 하지 않았고, 여야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은 점이다. 여야 모두 다시 뛸 명분을 얻은 셈이다. 광역자치단체장은 야당이 조금 많고, 기초자치단체장은 여당이 많다. 교육감 쪽은 여도 야도 아닌 전교조 쪽이 압승을 거두었다. 여당의 입장에선 용궁 갔다 왔다고 할 것 같고, 야당은 쓴 입맛을 다시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유권자들, 권력 나누어주기에 관한 한 엄청 지혜로워졌다.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권력을 황금비율로 나누어주었다. 과거에는 선거 때마다 한쪽이 몰렸다 싶으면 다음 선거에서 다른 쪽에 몰표를 주었다. 2004년 3월 12일 대통령탄핵 후 치러진 4월15일 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쪽에 몰표를 준 게 대표적이다. 그 뒤로 열린우리당이 잘못하자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을 몰표를 주어 실망감을 표출했다. 이렇듯 과거 한쪽이 일방 지배한다 싶으면 다음 선거에서 바꾸어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 선거에서 권력을 균점상태로 만들었다. 4년 기다렸다 판을 바꾸었던 방식을 벗어난 것이다. 지방자치권력 사상 초유의 '황금분할'의 시대이다. 시쳇말로 예술 같은 결과라고 할 수도 있겠다. 왜 우리 그러지 않는가? 뭔가 기가 막히게 일이 잘될 때 '거참 예술이네'하지 않는가.

황금분할은 고대 그리스에서 발견되었고 가장 조화가 잡힌 비를 말한다. 건축, 조각, 회화의 도형이나 입체 등에서 이 비를 많이 이용해왔다. 자연의 조화가 잡힌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희랍의 철학자 플라톤은 말했다. 황금분할이 세상 삼라만상을 지배하는 힘의 비밀을 푸는 열쇠라고. 식물을 위에서 관찰해보면, 위쪽에서 자라는 잎이 아래쪽의 잎을 가리지 않으며 배열됨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식물이 더 많은 햇빛을 받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잎이 나는 방식인 어긋나기(호생)의 경우 잎차례가 1/2, 1/3, 2/5, 3/8, …형태의 수열을 이룬다. 황금비율이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그렇다. 1/2(여야 균점), 1/3(제 3의 세력 용인), 2/5(한 세력이 지배하는 지역의 확률비, 기타 및 무소속을 1/5로 볼 경우)등의 황금비 분할이다. 지방독재를 할 수 없는 구도이고, '예술처럼' 지방정치를 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난 것이다.

지방정치 잘 한다는 것 별다른 게 있겠는가? 당선자들은 자신들이 내건 공약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고,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역발전을 위해 주민자치를 성장시키면 될 일이다. 정치가들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조정과 화의를 일방적 주장보다 앞 세워야 한다. 상대방이 적이 아니라, 지역발전을 조정해가는 동지로 인식하자는 말이다.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연정수준의 협조를 구하고, 야당은 이를 또 받아들인다 한다. 중앙정치도 못하는 것. 그게 지방정치요 지방자치가 아니겠는가. 지방정치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고,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견제와 균형이 되살아나는 것도 기대해 봄직하다. 유권자들로서는 주민자치의 수준을 높여보자.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가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니다보니, 정치가들도 유권자들 즉, 주민의 의견을 듣고, 주민의 힘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어느 때보다 주민들이 나서서 큰 프로젝트는 지방정부에 맡기고, 주민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길거리수준, 마을수준에서 주민참여에 의한 지역만들기를 제대로 정착시켜볼 때이다. 그동안 너무 정치비판, 관 의존, 큰 프로젝트에만 눈길을 주었던 것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사업의 크기가 아니라, 시민들의 공적책임을 지려는 마음이다. 이번 7월1일 출범하는 지방정부의 하는 일을 꼼꼼히 챙겨보고, 시민들이 나서서 해야 할 일은 해보자. 시민이 동네 느티나무아래 모여 동네 이야기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인 것은 루소의 시대만이 아닌 것이다.

/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