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세계비뇨기과학회 중 가장 권위있는 학회의 하나인 유럽비뇨기과학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학회 장소가 프랑스 파리여서 학회 일정을 마치고 귀국 전 파리의 대표적인 미술관인 루브르 미술관에 들러 반나절동안 각종 예술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누가 '배운게 도둑질' 이라는 말을 만들었던가. 중세 및 근대 유럽의 다양한 미술작품들을 감상하면서도 전공이 비뇨기과학이다 보니 과거 유럽에서 제작된 각종 조각상, 특히 남자를 모델로 만들어진 조각상의 특정부위(?)에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자신도 모르게 남성 조각상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내 자신에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흥미로운 것은 대개의 조각상이 상상 속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 실존했던 특정 인물을 모델로 삼아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조각상으로 만들어진 음경의 크기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서구인의 크기와는 너무나도 괴리가 컸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인종에 따라 음경의 크기는 다소간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지만 비뇨기과 의사로서 루브르 미술관의 조각상들을 꼼꼼히 분석한 바로는 일반적인 동양인 남성과 비교하여 큰 차이가 없었다.

이들 조각상이 대개 신화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만들어졌음을 감안할 때 당시 조각가들도 이상적인 음경의 크기에 대하여 비교적 일관된 견해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실제로 남성들이 흔히 하는 오해 중 음경의 크기에 관한 왜곡된 진실이 있다. 다름 아닌 자신의 파트너인 여성이 남성의 음경 크기에 관심이 많을 거라는 점이다.

실제 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외로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의 파트너의 음경 크기에 대하여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BJU International에 보고된 Wylie 등의 연구 결과에서도 대상 연구자 중 85%의 여성은 그들 파트너의 음경 크기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반면 실제 측정시에는 음경 크기가 그렇게 작지 않았던 대상 연구자인 남성들 중 절반 가량이 자신의 음경 크기가 작다고 생각했다고 보고하였다.

이런 결과에서 보여지듯 많은 남성들이 음경의 크기가 소위 말하는 '남자다움'의 한 가지 척도라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남성들이 흔히 하는 음경의 크기와 관련된 또 하나의 오해는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라는 평범한 진리와 관련이 깊다.

많은 남성들이 다른 사람들과의 음경 크기를 비교하게 되는 계기는 주로 사우나나 대중 목욕탕과 같은 장소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음경의 크기, 특히 길이와 관련해서는 비뇨기과적으로는 발기전 음경 길이 (flaccid length) 와 발기시 음경 길이 (erect length)로 나누어 측정한다.

흥미로운 것은 실제 여러 연구 결과에서 보여지듯 이러한 발기전 음경 길이는 발기시의 음경 길이와는 관련성이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대중목욕탕에서 목격하는 발기전 음경 길이가 남다르다(?) 하여 잠자리에서 역시 그에 비례하여 더욱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전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남성들은 이러한 이유로 자신감을 상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보는 각도에 따른 착시현상도 이러한 상실감을 부채질한다. 실제로 어떤 물체를 수직으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우와 옆에서 입체적으로 보는 경우 같은 물체라 하더라도 옆에서 입체적으로 보는 것이 더 크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크기의 두 사람을 시각적으로 비교하더라도 상대적으로 타인의 크기가 더 커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학적으로 음경 크기에 문제가 되는 '음경왜소증'이란 진단은 어떤 상태를 의미할까 다들 궁금해 하실 것이다.

실제로 음경의 길이에 대한 수술적 교정이 필요한 기준은 발기전 음경길이 4㎝ 미만이거나 발기시 음경 길이 7㎝ 미만일 때이다.

그나마 이러한 기준도 실제 음경 길이는 적절하나 고도 비만 등으로 겉으로 보기에 함몰되어 작게 보이는 경우도 있으므로 스스로 자가 진단을 내리고 자괴감에 빠지기보다는 비뇨기과 전문의와 직접 상담을 통해 해결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훌륭한 미술 작품들을 바라보며 이런 엉뚱한 (?) 생각을 하는걸 보면 직업은 어찌할 수 없나 싶기도 하다. 다행히도 가끔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 상담을 받는 필자로서는 루브르 미술관의 조각상 이야기를 잘 활용하고 있으니, 당시 미술관 관람은 정말 유익했다고 해야 하려나?

/오진규 가천대 길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