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기로 퇴장당해 포르투갈의 월드컵을 망친 수비수 페페(레알 마드리드)가 침묵했다.

페페는 17일(한국시간) 독일과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G조 1차전에서 퇴장당해 포르투갈의 0-4 완패의 장본인이 됐다.

페페는 전반에 독일 공격수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의 얼굴을 손으로 쳐 쓰러뜨리고서 다시 머리를 머리로 받았다가 레드카드를 받았다.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그라운드를 떠난 페페는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지날 때도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페페는 다수 기자가 이름을 부르며 다가섰으나 돌아보지 않고 선수단 버스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파울루 벤투 포르투갈 감독은 페페의 행동에 대해 "심판 판정에 만족하지 않지만 페페의 행동은 패배를 부른 치명적 실수였다"고 말했다.

이날 독일과의 경기를 보러 포르투갈에서 건너온 축구 팬들은 페페가 우둔한 행동으로 월드컵을 망쳤다고 한탄했다. 종 파울루 씨는 "축구 선수이든 축구 선수가 아니든, 축구장에서건 축구장 밖에서건 사람한테 박치기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기장에서는 뮐러가 반칙을 당하자 과장된 몸짓과 도발적인 말로 페페의 박치기를 유도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뮐러는 경기 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가능성을 부인했다.

뮐러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손에 맞아서 넘어졌는데 페페가 다가와 머리로 받았고 심판이 레드카드를 꺼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심판이 알아서 한 일"이라며 "상황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페페가 과잉행동을 한 것 같기는 하다"고 덧붙였다.

페페는 수준급 경기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다혈질적인 돌출 행동 때문에 종종 파문을 일으키는 중앙 수비수다. 

페페는 2011-2012시즌 스페인 코파델레이(국왕배) 8강전에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손등을 일부러 밟고 지나가 십자포화를 맞았다. 그 전에도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경기에서 상대의 다리와 몸통을 고의로 걷어차 중징계를 받은 적이 있었다.

포르투갈은 왼쪽 풀백 파비우 코엔트랑(레알 마드리드), 최전방 공격수 우고 알메이다(베식타스)가 이날 다쳐서 교체됐다. 벤투 감독은 "코엔트랑과 알메이다가 언제 회복할지 모르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포르투갈은 페페까지 중징계로 최소 2경기 이상 출전정지를 받을 것으로 보여 16강 진출은커녕 미국, 가나와의 남은 조별리그에서 참패를 피하는 게 급선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