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사관 논란에 휘말린 문창극국무총리 후보자의 거취가 여권의 미묘한 기류 변화 속에 한동안 어정쩡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 재가 여부를 오는 21일 귀국 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참모진을 통해 밝혔다.

당초 17일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려던 계획이 적어도 나흘 이상 늦어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재가 여부를 확정한 게 아니라 '검토'한다는 방침이어서 귀국 후 정국 상황에 따라 박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에 결재하지 않을 가능성도 열려 있게 됐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문 후보자를 적극적으로 엄호했던 전날까지의 기류와 달리 '침묵'을 지킨 채 여론을 주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문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며 여권을 강하게 압박하는 가운데 여권 핵심부에서 이처럼 이상 기류가 감지됨에 따라 결국 '문창극 카드'를 끝까지 지키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결재를 미룸으로써 문 후보자에게 자진해서 사퇴하라는완곡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게 아니냐는 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다만 문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임해 자신의 견해를 국민 앞에 정확히 설명하겠다는 뜻이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 후보자는 이날 저녁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집무실에서 퇴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해외순방에서) 돌아오실 때까지 저도 여기서 차분히 앉아서 제 일을 준비하겠다"고 밝혀 자진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공개 회의석상에서 문 후보자에 대한 언급을 일절 자제했다.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직후 문 후보자 거취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방향성을 정해놓고 가는 것보다 한 분 한 분 스스로 자연스럽게 해도 무리가 없다"며 "국민 여론을 살피면서 무겁게 결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말했다.

지도부의 기류 변화 속에 친박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과 이재오 김상민 의원 등 당내 일부 비주류 의원들은 문 후보자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새정치연합은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동시에 재가를 미룬 박 대통령에게도 지명 철회를 결단할 것을 요구했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박 대통령의 귀국후 재가 여부 검토 방침을 언급, "사실상의총리 공백 상태를 장기화하는 것은 국민의 불안을 키울 뿐"이라며 "대통령의 해외 순방으로 얻는 것보다 문 후보 지명을 고집하는 것으로 잃는 것이 훨씬 더 커보인다"고 말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후보자 문제로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계신데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결단을 내려주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