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여당과 싸움닭 모습만 보여주던 야당만을 보아오다 젊은 개혁파의 쌈박한 신선미가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또 당선자는 현장성을 중시해 모란시장에서 사 입은 허름한 잠바를 걸치고 다닌다. 말보다는 실천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일 것이다.
5선의 관록처럼 선거 중에 제시한 공약도 이채롭다.
그 중에서 빅 데이터를 이용한 공약이 단연 돋보인다. 당선자의 모든 공약은 거대자료로 번역되는 빅 데이터와 음으로 양으로 모두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말은 전자공학을 전공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나왔으며 지금은 정부3.0이란 이름으로 슬기(스마트) 정보시대의 중점시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보기에 따라서는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부호처럼 들린다. 정치가와 행정가는 물론이고 일반 대중은 알아 먹기조차 힘들다. 이런 정황은 감안하지도 않은 채 덜컥 선거공약으로 내걸었으니 사실 무모하기 그지 없는 만용일 수도 있다. 도민들은 아마도 공약이 마음에 들었다기 보다는 진정성과 개혁성을 평가해서 그냥 받아준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당선자의 생각과 행보에는 우리 고장의 위대한 개혁선비 정암 조광조 선생과 거유 율곡 이이 선생을 많이 닮아 있다.
정암 선생이 시도했던 '위훈삭제'는 관피아를 척결하는 혁신적 개혁이었다. 그러나 설득이나 토론보다는 대립적 배타적으로 흘러 결국 실패했다. '10만 양병설'도 임진왜란같은 외부의 침략에 대비, 영토의 안전을 꾀하려는 선견지명이었지만 무신들이 왕권을 위협할 때 안전핀을 제시하지 못해 실현되지 못했다.
당선자는 4년간 도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재선이든 또는 미래 지도자로 도약을 하든 이와 같은 선현들의 유지를 받들고 수정하는 진지한 지혜(슬기)가 요청된다.
지금은 슬기정보시대이다. 당선자가 잠바만 입고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중요한 정책결정에 실기할 우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외부에서 보면 허름한 잠바이지만 안에서는 입는(웨어러블)컴퓨터를 장착하고 이동 마이크를 목에 걸고 도청 안에 있는 경기 빅 데이터 엔진에 연결되는 막강한 '슬기 정보 잠바'를 갖추어야 한다.
31개 지자체, 24개 산하 기관에서도 현장에서 토론하고 민원인과도 즉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마치 앵커와 지령탑처럼 큰형님(빅 브라더)을 연상시킬지 모르지만, 행동하는 도백의 이미지와도 어울릴 것이다.
특히 안전사고나 재해 발생 현장에서 지휘해야 할 최고 책임자의 현장 이동성과 즉시성은 필수적이다.
지도자는 말이 아니라 실천에서 힘이 나온다.
/진용옥 경희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