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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의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칠레에 0-2로 패한, 스페인의 이케르 카시야스 골키퍼(오른쪽 2번째)와 하비 마르티네스(오른쪽)가 쓸쓸히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월드컵 2연패(連覇)를 노리던 스페인은 조별리그에서 2연패(連敗)하면서 2014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퇴장했다. /AP=연합뉴스 |
이 세 번의 메이저대회가 지나는 동안 세계 최고의 축구 대표팀은 '무적함대' 스페인이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그 기세가 무난하게 이어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한 이는 많지 않겠지만, 스페인의 전성기가 이토록 허무하게 순식간에 막을 내릴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스페인은 1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칠레에 0-2로 완패, 2연패를 당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스페인의 이른 퇴장과 함께 그들이 이끌어 온 '티키타카'의 시대도 저물었다.
탁구공이 왔다갔다하는 뜻의 '티키타카'는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을 빗댄 말이다.
2007년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던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은 체격의 열세를 극복하려고 티키타카를 스페인에 도입해 세계 정상급 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티키타카'는 스페인 축구를 상징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짧은 패스로 점유율을 극도로 끌어올려 상대에게 공격할 틈을 주지 않는 특징을 잘 살린 스페인은 유로 2008에서 정상에 오르며 전성기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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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의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칠레와의 경기에서, 얼굴을 차인 스페인의 세르히오 라모스가 쓰러져 있다. /AP=연합뉴스 |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스페인은 2011년 9월부터 정상을 지키고 있다.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FC바르셀로나),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 등 '티키타카의 지휘자'들은 세계 축구의 중심에서 맹활약했다.
그러나 이 선수들이 나이가 들기 시작하고 각종 대회에서 티키타카의 위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사례가 이어지자 월드컵을 앞두고 '스페인 위기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힘과 체력을 앞세운 압박에 티키타카는 고전하는 일이 잦아졌다.
스페인 대표팀처럼 티키타카를 구사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FC바르셀로나가 지난해 5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독일 분데스리가의 대표주자인 바이에른 뮌헨에 패배하면서 이러한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 7월에는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에서 스페인이 브라질에 0-3으로 완패하면서 우려는 심화됐다.
공략법이 점차 드러나고 있음에도 획기적인 변화없이 월드컵에 나선 스페인은 결국 브라질에서 '티키타카 위기론'의 희생양이 됐다.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페인은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의 아리언 로번과 로빈 판 페르시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1-5 완패를 당했다. 이 경기는 지금까지도 이번 대회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결로 남아 있다.
네덜란드를 상대로 공격과 수비 어느 하나도 시원하게 보여주지 못했던 스페인은 칠레와 맞서서도 미드필더 지역에서부터 볼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기대 이하의 플레이로 무릎을 꿇었다.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로번을 막으려다가 농락만 당하고 골을 내줬던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는 칠레에도 2차례 골문을 열어주면서 스페인의 무기력한 현실을 대변했다.
결국 스페인은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 가장 먼저 탈락이 확정되면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하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