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형 사고가 터졌다. 지난 21일 오후 8시15분 고성군 22사단 동부전선 최전방 GOP(일반전초) 소초에서 경계 근무를 하던 초병 임모 병장이 동료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5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임 병장은 총기와 실탄을 가지고 달아났다. 군은 고성 일대에 최고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임 병장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지만 검거가 늦어져 2차 사고도 우려된다.

이번 사고는 GOP 근무와 병력운용 등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인재였다. 임 병장은 지난해 4월 1차 인성검사에서 'A급 관심사병'으로 지정돼 근무 부적격으로 분류된 군인이었다. 2차 인성검사에서 B급 판정을 받아 지난해 12월부터 GOP 근무를 시작했고 올 3월 실시된 인성검사에서도 별 문제가 없어 GOP 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군이 관심사병을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군은 관심사병을 A·B·C 세 등급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A는 자살 징후가 있는 특별관리 대상이며, B는 지휘관의 재량에 따라 근무할 수 있는 중점관리 대상을 말한다. C는 기본관리 대상이다. 군 당국은 A급 관심사병은 GOP 근무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B급 사병은 지휘관이 검토해 GOP 투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과거 군은 한번이라도 '관심'으로 지정된 병사에 대해서는 GOP 근무를 철저히 배제했었다. 최근 병력 부족으로 A급 관심사병에 대해서만 GOP 근무를 제한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병력의 감축으로 GOP 소요 병력 대비 선발 자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군 병력 운용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졌다는 증거다.

GOP는 적의 침투 징후를 조기에 식별해 주력부대에 경고하고 적의 공격시 제한된 방어작전을 수행하는 곳이다. 철책을 지키는 최전방 초소인 셈이다. 비록 최근 정상 판정을 받았어도 실탄 등 화기에 대한 접근이 비교적 용이한 GOP라는 특수지역에 한때 관심사병이었던 임 병장의 근무는 불허했어야 했다. GOP를 운영하는 부대는 인성검사 등을 통해 일정한 자격과 요건을 갖춘 병력을 엄선해 투입했어야 했다. 군은 현재로선 달아난 임 병장 검거에 주력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관심병사 GOP 근무 투입 문제를 비롯한 관심사병 관리제도 전반에 걸쳐 제도적인 개선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