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치'라는 우리의 특수 상황 때문에 그때 그시절에는 군인들의 탈영·총기사건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1971년 8월 23일 인천 실미도에 있던 684부대원 24명이 무기를 들고 집단 탈영했다. 이른바 '실미도 사건'이다.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지만 언론통제로 유야무야 잊혀졌다. 개요는 이렇다. 훈련을 받던 북파공작원이 그날 낮 12시 20분 인천 독배부리 해안에 상륙한 뒤, 버스를 빼앗아 청와대로 향했다. 인천에서 육군과 첫 교전을 벌인 이들은 두 번째 버스를 탈취해 14시15분경 영등포구 대방동 유한양행 앞에 도착했다. 이들의 행선지는 여기까지였다. 이들은 이곳에서 마지막 총격전을 벌이다 스스로 수류탄을 터뜨려 부대원 대부분이 죽고, 4명만이 살아 남았지만 모두 사형 당했다. 그리고 사건은 은폐됐다. 후에 강우석 감독 영화 '실미도'로 이들의 비참한 삶이 재조명됐다. '그 때 그시간'에 멈춰 선 버스가 당시 상황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 靑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