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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전 단원고 2학년 학생으로 추정되는 여성 시신이 침몰한 세월호 선체 내에서 발견됐다. 이는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69일째, 지난 8일 단원고 남학생 시신이 수습된 지 16일 만이다. 사진은 팽목항 등대 길에 이날 발견된 여학생으로 추정되는 이름이 걸려 있는 모습. /연합뉴스 |
단원고등학교 2학년 2반 윤모양의 어머니는 25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딸의 빈소에서 늦게나마 자식을 찾은 안도의 마음과 그렇지 못한 부모들에 대한 죄책감 사이에서 몹시 괴로워했다.
윤양은 세월호 참사 69일째인 지난 24일 오전 1시께 바다 속 깊이 가라앉은 세월호의 4층 중앙통로에서 차갑게 식은 몸으로 발견됐다.
어머니는 딸을 차가운 바다에 빼앗긴 뒤 매일 삼시세끼 밥상을 차려놓던 팽목항 등대 길에서 "여성 시신 1구를 인양했다고 하니 가보자"는 남편의 연락을 받았다.
남편과 함께 시신 앞에 섰지만 딸의 예쁜 모습만을 기억하고 싶어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2시간에 걸친 DNA 검사를 통한 신원확인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어머니는 간절히 기도했다.
그는 "팽목항에서 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던 70일보다 그 두 시간이 더 길게 느껴졌다"며 "제발 내 자식이기를 바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지금은 팽목항에 남아있는 부모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크다"며 "아이들이 하루빨리 그 차가운 곳에서 나와야 할 텐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어머니는 뭐 하나 사달라는 투정없이 착하기만 했던 딸에게도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브랜드 옷을 못 사줬는데 싫은 내색 없이 가진 것에 만족스러워했다"며 "딸이 스스로 일어나서 아침에 깨워준 적이 없는데 그것조차 미안하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춤추는 걸 좋아해서 초·중학교 때까지 댄스학원에 다녔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로는 아이들이 좋아 어린이집 선생님이 되겠다며 그토록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라고 딸을 떠올리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딸이 수학여행을 떠나던 날 아침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며 본 잠이 든 딸의 모습이 마지막이어서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해준 게 한이 된다는 어머니는 눈물을 닦으며 영정 앞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