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카드사의 전·현직 임직원 200여명이 26일 금융당국의 심판대에 오른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및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1억여건의 고객 정보를 유출한 카드 3사 관련 최고경영자가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는 등 상황이 심각해 이날 소명이 길어지면서 장시간 마라톤 회의가 예상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후 2시30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금융, 국민은행, 우리은행, 국민카드, 농협은행, 롯데카드,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한국씨티은행 등에 대한 제재 양형을 결정한다.

제재 대상은 전·현직 임직원만 200명대 초반으로 이 가운데 50여명은 사전에 중징계를 통보받았다. 단일 기관으로는 KB금융이 120여명으로 가장 많다.

이날 제재심의위원회에 앞서 최수현 금감원장 이하 담당 임직원들은 지난 주말에도 모두 출근해 금융사 소명에 대한 반박 자료 등을 충분히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규에 따라 검사를 했고 엄정한 잣대에 따라 사전 징계를 통보했다"면서 "징계 대상자가 제출한 사전 소명 자료만으로는 경감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제재심의위원회의 최대 관심대상은 KB 제재다.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게 사전 통보된 대로 문책 경고 수준의 중징계가 내려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조직 통제력이 흔들리면서 금융사 수장 자리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들의 징계 수위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다고 밝혔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내부통제 부실로 각각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은 데 이어 임 회장은 국민은행 고객 정보 대량 유출로, 이 행장은 도쿄지점 부실 대출 비리로 각각 중징계를 통보받아 양형을 경감받기 쉽지 않다.

이에 KB는 담당 임원들을 제재심의위원회에 출석시켜 국민은행 주 전산시스템 사태는 조직 내 일부 의사소통 미흡, 국민은행 고객 정보 유출과 도쿄지점 부실 대출 건은 임 회장과 이 행장이 각각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자세히 소명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난번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이월된 7건의 징계 안을 먼저 처리한 뒤 곧바로 KB 건을 일괄 심의해 징계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소명이 너무 길어지면 내달 3일에 이어 심의를 진행할 수 있다.

리처드 힐 전 한국SC은행장, 신충식 전 농협은행장, 최기의 전 국민카드 사장 등 전직 금융사 CEO도 무더기로 중징계 대상에 올랐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과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경징계 대상으로 분류됐다. 이렇게 징계를 받는 전·현직 CEO만 10여명이다.

정보 유출 카드 3사의 경우 중징계가 내려질 예정이다.

1억여건의 고객 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국민카드와 농협은행, 롯데카드의 경우 사고 당시와 연루된 전직 대표이사 및 전산담당 임원은 모두 해임 권고 처분을 사전에 통보받았다. 5년간 금융권에서 활동을 못한다는 단서까지 붙었다.

이번 사고와 관련된 임직원 대부분에게도 문책 경고 수준의 중징계가 사전에 통보됐다. 제재 대상은 정보 유출 규모가 가장 큰 국민카드가 가장 많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 정보 유출 규모에 따라 일부 제재 수위를 달리했다"면서 "그러나 국민카드와 롯데카드, 농협은행은 워낙 대량으로 정보가 빠져나가 중징계를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